개인들은 이날 장 초반에는 미 증시가 2% 넘게 상승했다는 소식에다 외국인이 9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자 장초반 900억원 넘게 순매수했다. 그러나 오전 11시께 '북한 핵 재처리 시설 재가동' 가능성이 제기되며 분위기는 싸늘해지기 시작했다.
낮 12시를 넘어서면서부터는 불안감이 크게 확산됐다. 북한이 우리 정부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에 대해 군사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성명서의 내용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개인은 낮 12시53분 220억원 순매도로 돌변하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증권사 지점에는 개인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이재영 우리투자증권 마포지점장은 "북한의 강경 대응에 대해 나이 많으신 고객 위주로 당장 팔아야 하는 거 아니냐며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고 전했다. 윤호희 현대증권 무교지점장은 "최근 하루이틀 사이에 수억원대 차익실현을 한 개인도 있다"며 "신규 투자를 저울질하던 다른 고객은 좀 더 지켜보자며 발을 빼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기술적 분석을 많이 참고하는 개인들은 우려감을 감추지 못했다. 조재형 현대증권 개포지점장은 "지지선으로 여겨진 20일선(1391포인트)을 장초반 회복하다 다시 밀리자 실망하며 조정이 길어지는 게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시장 흐름은 ELS(주가연계증권)와 펀드 쪽으로도 옮겨갔다. 이후철 신영증권 명동지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다 북한 핵 사태, 미국 제너럴모터스(GM) 파산 임박 소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이번 주 들어선 ELS 판매도 주춤하고 펀드 환매도 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이날 더 이상의 큰 매물은 없었다. 외국인이 꾸준히 사들이며 순매수 규모를 늘려간 덕분이었다. 외국인이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사들여 오고 있어 조정이 있더라도 견디면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키운 것이다. 이후에도 북한군 4개 사단이 전방에 배치됐다는 루머가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돌면서 한 차례 출렁이긴 했지만 결국 개인은 197억원 순매도로 장을 마쳤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