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자국 기업들이 해외 영업을 위해 외국 정부나 공기업에 뇌물이나 뇌물성 편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대대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미 기업들로부터 관련 편익을 제공받은 것으로 추정됐거나 제공받은 국가로는 한국 중국 나이지리아 등이 꼽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법무부가 해외부패관행법(FCPA)을 엄격히 적용한 결과 지난 연말 100개였던 조사 대상 기업이 최근 120개로 크게 늘어났다고 25일 보도했다.

이들 기업 가운데는 썬마이크로시스템즈 로열더치셸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오라클과 74억달러 규모의 인수 · 합병(M&A) 작업을 진행 중인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경우 2주 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모 국가에서 FCPA를 위반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FCPA는 미국 기업들이 외국 정부의 공무원이나 공기업 임직원들에게 △현금 △비현금성 선물이나 호화 식사 △여행 등 기타 뇌물성 편익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2007년 통신장비업체인 루슨트테크놀로지스는 공장 견학이라는 명목으로 중국 국영 통신기업과 연관이 있는 1000명가량의 중국 공무원들에게 디즈니랜드,라스베이거스 등의 관광을 제공한 게 적발돼 기소되지 않는 조건으로 250만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했다.

지난 2월 켈로그 브라운 앤드 루트와 이전 모회사인 핼리버튼도 나이지리아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준 것으로 드러나 총 5억7900만달러의 벌금을 냈다.

FCPA는 외국의 다국적 기업이라도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으면 적용된다. 독일 지멘스는 최근 수년간 해외에서 인프라 계약을 따내기 위해 관련 국가 공무원들에게 10억달러 이상을 제공한 탓에 모두 17억달러 정도의 벌금을 독일과 미국에서 물어야 했다. WSJ는 법무부의 단속 강화로 인해 미 기업들이 내부 감사를 강화하는 등 초비상이 걸렸다고 전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