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 논란으로 법원 내부에서의 소장판사와 고위판사 간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소장판사들이 단독판사회의를 통해 신 대법관에 대해 사실상 사퇴압력을 넣고 있는 반면,고위판사들은 대체로 헌법과 법률에서 신분을 보장한 법관의 사퇴요구는 또다른 '위법적 행위'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신 대법관 재판권 침해" vs "소장판사들 촛불집회 동조"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가정법원과 서울서부 · 부산 · 인천 · 수원 · 의정부 · 울산 지법이 18일,광주지법이 19일 신 대법관 사태와 관련해 단독판사회의를 연다. 서울가정법원은 배석판사와의 연석회의로 열린다. 앞서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과 서울남부지법,15일 서울동부지법과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린 단독판사회의에서 판사들은 신 대법관의 '재판개입'으로 결론내리고 사실상 사퇴압력을 넣었다.

그러나 부장판사 이상 고위급에서는 단독판사회의의 정치적 색깔을 의심하는 등 비판적인 분위기가 짙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단독판사들의 집단 반발은 반은 촛불집회의 연장선상에서,반은 법원행정처에 대한 불만이나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젊은 판사들은 아무래도 촛불시위에 심정적으로 동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신 대법관에 대해 화가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부장판사도 "만약 재판개입 전화를 받았으면 그냥 무시하고 공정하게 재판하면 되지 음지에서 논의해 터뜨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소장판사들은 고위판사들이 판사회의의 정치적 색깔을 걸고 넘어지는 데 대해 반발하고 있다. 서울동부지법의 한 소장판사는 "연속선상에 있는 신 대법관의 재판 몰아주기와 이메일,전화 등을 통한 종용은 통상적인 사건처리 필요성 지적을 한참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법원장에 대한 불만 '폭발'

'사법행정권'에 대한 소장판사들의 불만도 판사회의 개최의 주요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되고 있다. 과거에는 사법연수원 졸업성적이 법관들의 인사이동을 좌우했지만,2005년 이용훈 대법원장 취임 이후에는 양상이 달라졌다. 신 대법관의 '촛불재판' 당시 직책이었던 서울중앙지법원장 등 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 등 사법행정권자의 평가가 법관 인사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이에 대한 불만이 쌓인 결과라는 지적이다.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는 "미국과 영국에서는 판사의 보직이 없다"며 "한국 판사들은 인사가 잦고 법원장으로 승진하지 못하면 사실상 나가라는 압력을 받기 때문에 법원장의 인사평가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소장판사는 "과거라면 판사들이 신 대법관의 이메일을 압력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며 "신 대법관의 용퇴를 주장하는 판사들 중에는 사법행정권자들로부터 인사평가와 관련해 '압박'을 받은 사람들이 많다"고 밝혔다.

임도원/서보미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