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힘은 '고민'에서 나오죠"
"'고민'이란 화두가 일본에서 그렇게 큰 반향을 불러올 줄 몰랐습니다. 그만큼 현대인들이 고민의 바다에서 표류하고 있다는 뜻이겠죠."

최근 일본에서 '고민하는 힘'이란 책을 펴내 100만부 이상 판매한 베스트셀러 작가 강상중 도쿄대 교수(59)는 "고민하는 것이 사는 것이고,고민하는 힘이 살아가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고민'이란 고민 자체를 뜻하는 게 아니라 고민에 빠진 사람들이 행복한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강 교수는 현대인들의 고민이 얼마나 많은지 일본의 자살률을 예로 들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자살한 사람이 30만명에 이른다는 것.그는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음을 상기시켰다.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해 서울을 찾은 강 교수는 "한 나라의 자살률이 높다는 건 그 사회가 그만큼 불행하다는 뜻이기 때문에 정부가 경제를 잘 꾸려 나가도 자살률이 높으면 실격"이라며 "하루빨리 사회적 희망을 찾아내지 못하면 폭력적인 에너지의 분출이 더 많아질 것"이라며 개인적 · 사회적'고민'을 촉구했다.

강 교수는 "지난 수십년간 금융 선진화 글로벌화 등을 외치며 유토피아를 추구해 왔고,그것이 행복과 풍요로 가는 고속도로라고 믿었지만 요즘 파탄난 경제를 보면 오히려 디스토피아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가혹한 경쟁 시스템과 빈부의 격차 등을 줄이기 위해 '고부담 고복지 국가 시스템'을 제안했다. "스웨덴이나 노르웨이처럼 세금 부담을 늘리고 복지 수준을 높여 사회 안전망을 확실하게 확보해야 합니다. 고부담의 틀 안에서 경쟁의 질을 바꿔 나가야 경쟁에서 진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 그는 "미국식 경쟁체제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한국이나 일본 사회가 견뎌내지 못한다는 것을 파탄난 미국 사회가 증명하고 있다"며 "북유럽 사회를 좀 더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강 교수는 1950년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2세다. 청년시절 정체성을 찾지 못해 방황하다 1972년 한국 방문을 계기로 일본 이름을 버리고'강상중'이란 한국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독일 뉘른베르크대학에서 정치학과 정치사상사를 전공하고 재일 한국인으로는 처음 도쿄대 정교수가 됐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