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안정 조치를 제외하고는 오바마 정부의 경제정책은 일단 방향을 잘 잡은 것으로 볼 수 있다. "

미국 경제정책연구소(CEPR)의 딘 베이커 소장은 27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100일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상황에서 취임한 오바마 대통령이 단기적으로 소비 진작 등 경기부양책을 마련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 체질을 강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장기적 정책의 대표적 사례로 에너지 효율 제고를 겨냥해 다양한 인센티브제를 도입한 그린정책을 꼽았다. 부문별로 평가가 달라지겠지만 전반적으로 오바마 대통령의 100일간 경제정책에 'B+'를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베이커 소장은 미 의회 지도자들에게 다양한 정책 조언을 해주는 이코노미스트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경제위기로 직격탄을 맞은 서민과 실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경기침체에 따른 공황 심리를 가라앉힐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오바마 정부는 주택 압류를 줄이기 위한 주택안정화 대책을 내놨으며 중소기업 지원을 확대했다. 현재 미국에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빚 규모가 주택 가치를 웃도는 가구 수는 1000만을 넘는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첫 작품으로 마련한 7870억달러 규모 경기부양책도 적절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주택 가격 폭락으로 미 주택자산 가치가 8조달러가량 사라졌으며 연간 3000억~4000억달러 규모 소비 위축이 빚어졌다"며 "정부가 재정을 통해 이를 보완해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베이커 소장은 하지만 오바마 정부의 경기 회복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조만간 살아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이런 이유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포함해 고위 관료들이 최근 들어 경기 회복 기대감을 키우는 발언을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경제는 어느 나라보다 소비 의존도가 높다"며 "자산가치가 뚝뚝 떨어지는 상황에서 소비가 금세 살아나길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 시스템이 안정되고 세계 경기가 바닥을 치는 등 환경이 개선되면 2010년께 미국 경제는 성장세로 돌아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가장 우려되는 오바마 정부의 경제정책으로는 금융시장 안정화 조치를 꼽았다. 뚜렷한 원칙 없이 대형 은행에 구제금융을 투입해 국민 세금을 헛되이 썼다는 것이다. 19개 대형 은행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자본충실도 테스트)가 시장 신뢰를 얻지 못한 것도 금융정책에 대한 불신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은행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살리기 위해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부실 지방 은행을 폐쇄해 자산을 다른 은행에 넘기듯 대형 부실 은행도 똑같이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