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2일 "남한군이 최근 동부전선 군사분계선(MDL) 표식물을 북한 쪽으로 수십여m 옮겨 꽂았다"며 "이는 엄중한 군사적 도발행위"라고 주장했다. 국지적 도발 감행을 위한 사전 명분 쌓기용으로 보여 앞으로 북측의 도발 가능성이 우려된다.

이 통신은 "이것은 정전협정에 대한 난폭한 위반이고 군사분계선 일대의 정세를 더욱 긴장 · 격화시키기 위한 고의적이고 계획적인 책동"이라며 "북남 사이의 군사적 대결이 극한점에 이르고 있는 때에 감행된 이와 같은 무분별한 도발행위는 우리 인민군 군인들을 심히 자극하고 격분케 하는 악랄한 범죄행위" 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어 "표식물을 원래 위치로 옮기지 않으면 '자위적 조치'를 취할 것이며 초래되는 모든 후과는 이번 사건을 발생시킨 남조선이 전적으로 책임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이날 북한 측 발표에 대해 '국지적 군사도발의 전주곡'이라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군이 MDL 표식물을 다시 남한 쪽으로 옮기겠다며 군사분계선에 들어와 의심스러운 행동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군사분계선 내 활동에 대해 우려하는 우리 군과의 충돌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이날 군사분계선 내 남북 간 긴장 고조를 논설로 다뤘다. 이 신문은 '군사적 대결소동은 중지돼야 한다'는 제목의 논설에서 "지금 조선반도에는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쌍방 간 방대한 무력이 서로 날카롭게 대치돼 있으며 서로의 불신과 적대감은 극도에 달하고 있다"며 "이것은 북침야망에 사로잡힌 미국과 그에 추종하는 남조선 호전세력의 무분별한 군사적 대결소동의 필연적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합동참모본부(합참)는 "북한이 말한 표식물은 북측이 관리하는 것이어서 우리(국군)는 그쪽으로 일절 접근조차 하지 않았다"며 북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합참은 "우리 군은 정전협정을 성실히 준수하고 있으며 북측도 사실이 아닌 근거 없는 주장으로 불필요한 긴장조성을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장성호/김태철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