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적인 개혁했겠나"
경영진은 스톡옵션 포기
두산그룹 지주회사로 전환되는 ㈜두산의 대표이사에 올라 두산호(號)를 이끌게 된 박용현 회장(66)의 일성이다. 고(故) 박두병 선대회장의 4남인 박 회장은 장남인 박용곤 명예회장,박용오 전 회장(차남),박용성 회장(3남)에 이어 27일 ㈜두산의 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통해 그룹 회장직을 맡았다.
박 회장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아직 업무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해 뭐라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두산 형제 경영의 전통을 잇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학자 출신이라 너무 부드럽기만 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박 회장은 "그건 잘 모르는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서울대 병원장을 두 번 지내면서 경영을 일찍 시작했다"며 "서울대 병원은 정부 투자기관이나 마찬가지인데,그런 병원에서 학자나 선비 같은 부드러움만 갖고 대대적인 개혁에 성공했겠느냐"고 반문했다.
박 회장은 서울대 병원장 시절(1998~2004년) 서울대 의사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조직 통 · 폐합과 보직임기제를 실시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당시 서울대 병원이 뒤집어졌다는 얘기가 나왔을 정도였다. 분당서울대병원과 강남진료센터 개원도 박 회장의 작품이다. 박용성 회장은 이를 두고 "동생이 의사지만 장사꾼 기질이 있어 서울대 병원을 개혁한 것"이라고 했다.
박 회장은 2005년 두산 연강재단 이사장을 맡았으며 2007년 두산건설 회장에 취임하면서 본격적으로 그룹 경영일선에 나섰다. 이후 굵직한 국내외 기업 인수 · 합병(M&A) 등 주요 현안마다 박용성 회장을 도왔다. 두산건설 회장으로서는 해외진출 확대를 위해 러시아 법인 및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지점 설립 등을 주도하는 수완도 발휘했다.
박 회장은 앞으로의 과제를 묻자 망설임없이 "두산의 사업구조를 ISB(인프라지원사업) 중심으로 재편하는 마무리 작업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했다. "향후 말만이 아닌,진정한 글로벌 두산을 일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포부도 밝혔다.
박 회장이 사업구조를 ISB 중심으로 재편하는 데 중점을 둔다는 것은,두산이 앞으로 소비재 사업부문에 대한 정리작업을 가속화하고 그룹의 해외사업 매출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는 "두산의 조용한 변신을 이끌겠다"며 "잘 지켜봐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한편 ㈜두산은 박용현 회장을 비롯해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이재경 ㈜두산 부회장,박지원 두산중공업 사장(박용곤 명예회장 차남)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임기가 만료된 박정원 두산건설 부회장(박 명예회장 장남)은 재선임됐다. 박 부회장은 이날 두산건설 대표이사 회장으로도 추대됐다.
㈜두산은 임기가 남은 박용만 회장과 제임스 비모스키 부회장을 포함해 모두 7명의 사내이사진을 꾸렸다. 이중 박용현 회장,박용만 회장,이재경 부회장,제임스 비모스키 부회장 등 4명은 각자 대표이사를 맡는다.
㈜두산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등 두산 계열 6개 상장사 사장급 이상 경영자들은 이날 경기 불황 극복 및 고통 분담을 위해 스톡옵션 전량을 자진 포기하기로 했다. 두산은 사장급 밑의 임원들도 스톡옵션을 자진 철회키로 했으나 각 계열사 이사회에서 스톡옵션 제도의 일관성 유지를 감안해 50%만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