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현대 · 기아자동차 SK 등 대기업들이 대폭적인 등기임원 교체를 통해 경영지도를 바꾸고 있다. 이사회 멤버가 되는 등기 임원에 부사장급 이하 전무 · 상무급 임원을 속속 포함시키는 한편 등기임원 연령도 60대에서 50대 중반 정도로 낮추는 추세다.

회사 경영 전반에 밝은 기획파트 일변도에서 벗어나 재무와 영업,감사 등 전문 분야 업무에 밝은 임원들이 등기이사로 등재되는 것도 새로운 흐름이다. 다음달 주총서 정식 선임되는 등기 임원은 모든 회사내 주요 경영안건에 대한 의사결정 권한을 갖지만 경영 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다. 사외이사진 역시 시민단체나 정치권 출신보다는 회계 · 노무 전문가와 경영 · 경제전공 교수 등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인사들로 교체하고 있다.


◆재무 · 영업통(通) 50대가 뜬다

삼성그룹과 현대 · 기아차그룹 등은 최근 재무와 영업에서 잔뼈가 굵은 50대 경영진을 등기임원으로 각각 선임,글로벌 불황에 따른 위기극복 경영체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삼성전자현대차는 각각 부사장급을,기아차는 전무급을,삼성카드는 상무급을 사내 등기임원으로 기용키로 했다.

새로 사내 등기이사에 오르는 재무통은 삼성전자 이상훈 부사장(사업지원팀장 · 54),현대차 이정대 부회장(경영기획담당 · 54),기아차 이재록 전무(재경본부장 · 52) 등이다. 영업통으론 현대차 양승석 사장(글로벌판매본부장 · 56),기아차 서영종 사장(국내판매 및 생산담당 · 57)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또 감사팀장인 윤주화 사장(56)을,삼성카드는 상무인 최종수 경영지원본부장(53)을 등기임원으로 각각 선임키로 했다. 연간 매출이 100조원대에 이르는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의 등기이사에 감사팀장과 부사장급이 선임되는 데 대해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 많다.

류한호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상무)은 "해외 기업들에서도 평소 인사나 기획 등에 쏠렸던 무게 중심이 불황기 등 비상 상황에선 자금과 영업 쪽으로 넘어가는 흐름을 보인다"며 "전체적으로 위기대응 능력을 높이려는 포석"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사내 등기임원 연령이 낮아지는 것은 주요 대기업에서 CEO들의 세대교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데 따른 자연스런 흐름"이라며 "등기이사의 직급파괴는 이제는 직급이 아니라 어떤 업무를 맡고 있느냐가 더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오너 책임경영도 강화

오너들의 책임경영도 한층 강화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 E&S 부회장(46)이 그룹 지주사인 SK㈜와 주력 계열사 SK텔레콤의 등기이사로 선임돼 경영 전면에 나서기로 한 게 단적인 예다. 앞서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의 차남인 정교선 현대홈쇼핑 부사장은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다.

사외이사진 구성에선 전문성이 부족한 시민단체나 관변단체,정치권 출신 인사들이 점차 배제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임기 만료되는 사외이사 5명 가운데 관료 출신 등을 제외한 윤동민 김앤장 변호사,이재웅 성균관대 명예교수(경제학),박오수 서울대 교수(경영학) 등 3명만 재추천했다.

신규 선임의 경우엔 대부분 경영 · 경제 전문가로 채워지고 있다. 삼성SDI는 임진택 삼일회계법인 부대표와 김희경 상명대 교수(금융보험학)를,기아차는 박영수 한국공인노무사회 이사를,대림산업은 이공희 전 우리은행 부행장을 사외이사로 각각 새로 뽑을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비상근이지만 사외이사가 기업 의사결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과거와 달리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찾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