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듬 때문에 짙은 정장을 입는 것이 겁나는 사람이 제법 많다. 머리를 지나치게 자주 감아도 비듬이 잘 생긴다는 말에 2~3일마다 샴푸를 하지만 머리에서 좋지 않은 냄새가 나고 기름기가 나오기 때문에 이또한 여의치 않다. 이럴 때 비듬 개선 샴푸를 찾게 되는데 제품이 다양하다. 제대로 선택하려면 충분한 사전지식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지원을 받아 '비듬 개선 샴푸에 대한 성능 평가방법'을 개발한 김범준 중앙대 용산병원 피부과 교수의 도움말로 비듬 샴푸 선택기준을 알아본다.

◆비듬개선 샴푸의 5가지 필요조건

우선 적절한 세정력을 갖춰야 한다. 모발과 모공의 기름때나 먼지 등 오염물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면서도 두피와 모발에 이로운 성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 다음으로 거품이 지속적으로 유지돼야 한다. 거품은 세정력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지만 세정제가 일정 시간 두피와 모발에 접촉하면서 작용토록 해 세정에 도움이 된다.

셋째 두피와 모발을 손상시키지 않아야 한다. 보습효과가 있어야 하며 비누와 같은 알칼리성보다는 약산성 샴푸가 좋다. 약산성은 두피에 적합하며 잔류물 찌꺼기를 제거하는 효과도 있다. 넷째 저자극성이어야 한다. 두피나 모발,눈을 자극하지 않아야 한다. 눈에 대한 자극은 양(陽)이온성,음(陰)이온성,비(非)이온성 계면활성제 순으로 높다. 마지막으로 지루성 피부염 등 두피 트러블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어야 한다. 징크 피리치온, 살리실산 등을 함유한 제품이 좋다.

샴푸의 세정력과 저자극성은 계면활성제 종류에 의해 좌우된다. 대체로 음(陰)이온성,양(兩)이온성,양(陽)이온성 순으로 세정력과 모발에 미치는 자극도 강하다.

◆비듬과 두피 타입에 따른 실제 선택기준

비듬은 증상에 따라 크게 지성비듬과 건성비듬으로 나뉜다. 지성비듬은 두피나 얼굴에 각질과 붉은 기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모발에 기름기가 많이 나오며 과다하게 분비된 피지의 영향으로 피부에 상주하는 곰팡이의 일종인 말라세지아균이 증식하는 양상을 띤다. 계절에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장기간 방치할 경우 탈모가 초래되기도 한다.

건성비듬은 두피가 건조하거나 아토피성 피부염, 건선 등에 걸렸을 경우 증상의 하나로 나타난다. 건조한 날씨에 자주 머리를 감아 두피의 피지를 과다하게 제거했거나,샴푸 후 충분히 헹구지 않아 샴푸 잔여물이 남은 경우,뜨거운 헤어드라이기를 지나치게 자주 사용하는 것도 원인이 된다.

지성비듬에 맞는 샴푸로 니조랄 · 단가드 · 스티프록스 · 세비프록스 샴푸를, 건성비듬용으로 시티프록스 · 세비프록스 · 세타필 · 피지오겔 샴푸를 추천할 수 있다. 어떤 비듬이든 증상이 심할 때는 스테로이드제나 살리실산 등의 의약품을 2~3주간 바르고 심한 경우 경구약을 같이 복용해 치료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 유념하자.

시중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판매되는 태평양 '댄트롤' 및 P&G의 '헤드엔숄더'샴푸는 징크 피리치온을 함유하고 있는데 비듬균을 증식억제 기능을 비교적 오래 유지하고 두피트러블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갈더마의 '클로벡스'샴푸는 스테로이드제가 들어 있어 장기간 사용하기는 어렵지만 두피의 염증과 가려움증이 심한 사람에게 적합하다. 한국얀센의 '니조랄'샴푸(케토코나졸 함유)와 태평양제약의 셀손(황화셀레늄 함유)은 항진균제가 들어있어서 비듬균의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으나 자주 사용하면 모발이 거칠어치고 두피가 뻣뻣해지며 장기간 사용하면 약효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한국스티펠의 '피지오겔'은 저자극성샴푸로 두피가 민감한 경우에 추천된다.

◆원인을 알고 대처하는 게 더 중요

비듬의 주요 발생원인으로 곰팡이균,피부의 염증반응 등이 손꼽힌다. 건조함이나 스트레스, 두피 자극 등 주변환경 변화는 그 자체만으로 원인이 될 수 없지만 증상을 악화시키는 인자로 작용할 수 있다. 비듬 샴푸만으로 비듬을 완전 제거하는 것은 힘든 만큼 머리를 감는 횟수를 조절하고 샴푸 후 린스를 사용하고 잔여물을 충분히 헹궈야 한다. 자기 전에 머리를 감으면 비듬균의 번식에 좋은 조건이 만들어지므로 금물이다. 비듬 샴푸는 쓰다가 중단하면 대부분 재발하고 특히 환절기나 겨울철에 그 빈도가 높다. 효과가 있을 때까지는 계속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