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ㆍCEO들 자택서 경영구상 '신년맞이'

대기업 총수들은 대부분 신년 연휴기간동안 가족들과 함께 자택에 머물며 어느 때보다 어려워진 경영환경을 정면 돌파할 새해 구상을 가다듬는다. 새해 총수들의 머리 속에는 위기와 기회라는 단어가 가득할 듯하다. 전 업종에 걸쳐 글로벌 장기 불황과 경기침체 국면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서다.


◆자택에서 차분한 경영구상

대부분 재계 리더들은 자택에서 차분히 신년 경영구상에 몰두하며 새해 첫날을 보낼 예정이다. 삼성그룹 이건희 전 회장은 1일 특별한 외부일정 없이 서울 이태원동 자택에서 가족들과 휴식을 취한다.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은 자택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면서 새해 경영전략을 짤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2009년 사업계획은 올 초로 예정된 전략회의 이후에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정몽구 현대ㆍ기아자동차그룹 회장 역시 내년 사업계획을 다듬을 장소로 서울 한남동 자택을 택했다.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차분한 마음으로 생존 전략을 구상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2일 서울 양재동 본사로 출근,시무식을 주재한다. 현대ㆍ기아차는 주변 환경이 지극히 불투명하다는 점을 감안,올 세부 사업계획을 4월께 확정하기로 한 상태다.

신정을 쇠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1일 한남동 자택에서 가족들과 차례를 지내고 4일까지 집에 머물며 신년 경영구상에 전념하기로 했다. 특별한 일정이 없는 남용 LG전자 부회장도 집에서 4일까지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허창수 GS그룹 회장도 새해 첫날을 집에서 가족과 보내며 경영계획을 짠 뒤 2일 시무식에 참석한다. SK그룹은 다음 달까지 경영환경 변화에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시나리오별 사업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작년 말 창사 이래 첫 감산 조치와 함께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포스코의 이구택 회장은 2일 포항 본사에서 열리는 시무식에 참석,현장을 둘러보며 직원들을 격려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작년 밝힌 올해 6조원의 투자처와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서둘러 확정짓는다는 방침이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은 연말에 고향인 울산으로 귀국,가족들과 신정을 보낸 뒤 1월 초부터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계열사 업무 보고를 받으며 경영 구상에 전념하기로 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새해 첫 날을 가족과 함께 보내기로 했다. 박 회장은 2일 시무식과 공채 신입사원 입사식에 참석한다.


◆신년사 주제는 '위기돌파'

총수들은 31일 새해 신년사를 내고 글로벌 경기침체의 파고를 뛰어넘을 변화와 혁신을 주문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이제 또 다른 위기를 마주하고 있으나 우리에겐 꿈을 실현해 낼 역량과 자원,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패기와 열정이 있기 때문에 두렵지 않다"며 "비록 고통스러울지라도 우리는 지금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최악의 상황이 와도 생존할 수 있고 후회없는 도약과 성장을 향한 최선의 기회를 만들어 가려면 속도와 유연성,그리고 실행력을 끊임없이 높여 나가야 한다"며 "우리가 얼마나 빠르고 유연하게 환경에 대응하고,수립한 전략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실행해나가는가에 따라 우리의 미래는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격호 롯데 회장은 "작년에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매출액 40조원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며 "새해에는 비상한 각오와 자세로 새로운 도약을 기약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유통 중화학 식음료 등 여러 분야에서 축적해온 핵심역량을 강화할 것 △새로운 돌파구를 현장에서 마련한다는 각오로 직접 현장으로 달려갈 것 △인재 양성에 대한 투자를 외부 환경과 무관하게 끊임없이 추진할 것 등을 주문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일각에서 유가 하락과 환율 안정을 근거로 기대섞인 경제 회복을 얘기하지만,우리가 느끼는 체감 경기로는 조기에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국내외 경영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전사적인 위기관리 역량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은 "호황기를 준비하기 위해 제품별로 경쟁력 있는 글로벌 아웃소싱업체를 확보하고 구조적 개선을 통해 지속적으로 원가를 절감해 나가야 한다"며 "위기 속에서 희망을 갖고 노력하면 반드시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고 당부했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창의와 도전이라는 그룹 경영이념은 지금과 같은 세계경제 위기에 가장 적합한 전략"이라며 "창업기 때의 도전 정신으로 다시 돌아가 올해 그룹 경영목표를 반드시 달성하자"고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