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영화 대상을 제외한 110개 공공기관의 구조조정 및 경영효율화 추진 상황에 대해 긴급 중간평가에 나서기로 한 것은 경제상황 악화를 틈타 이명박 정부의 핵심 정책인 공공기관 선진화가 더디게 진행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구조조정 속도 내라 '채찍'
이번 평가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한국농촌공사를 공기업 구조조정의 모범 사례로 꼽으며 "각 부처 장관들은 산하 공기업의 구조조정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연말까지 평가해 보고하라"고 지시한 이후 구체화됐다.
새 정부 들어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은 각자 제출한 경영계획서의 달성 여부에 대해 내년 4~5월 정기평가를 받도록 돼 있다. 하지만 최근 경제위기와 노동조합의 반발 등으로 당초 계획대로 경영효율화가 진행되지 못하자 정부가 구조조정 가속화를 위해 '긴급 중간평가'라는 채찍을 꺼내든 셈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민영화 대상을 제외한 110개 기관에 대한 경영효율화 작업은 연말까지 끝낸다는 계획"이라며 "중간평가 결과는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게 보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평가 결과에 따라 내년 4~5월 정기 평가까지 기다리지 않고 인사조치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중간 평가는 해당 부처가 1차(15~19일)로 산하기관들의 경영효율화 추진 실적을 보고받아 평가한 뒤 22~26일엔 기획재정부가 2차 평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와 관련,지식경제부는 최근 69개 산하기관에 '비상경영체제 확립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보수ㆍ복리후생 등의 방만 경영 요인을 없애고 불필요한 조직ㆍ예산ㆍ인력을 감축해 기관별로 경영효율성을 10% 이상 높여줄 것을 지시했다. 이미 11월 말까지 경영효율화 계획을 받았지만 구체적인 실천 계획을 다시 마련해 9일까지 보고토록 한 것이다.
◆윤곽 드러나는 공기업 인력감축 계획
매서운 '채찍' 앞에 한국전력공사 한국도로공사 등 대형 공기업들이 구조조정 계획을 내놓고 있다. 자체적으로 마련한 경영효율화 계획을 재정부와 협의 중인 곳도 적지 않다. 재정부는 연말까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확정토록 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의 경우 정원 2만1700명의 10% 이상인 2000여명을 줄여 나간다는 안을 마련했다. 정년퇴직과 같은 자연감소나 희망ㆍ명예퇴직을 등을 활용해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정원이 4559명인 한국도로공사도 10% 이상의 인력을 단계적으로 감축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농촌관리공사는 무능력한 직원들을 '조직발전 저해자'로 규정해 퇴출하고,업무지원직의 경우 5912명인 정원의 15%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철도시설공단도 지난달 24일 2011년까지 전체 정원의 10.3%를 감축하는 구조조정안을 내놓은 바 있다.
정부는 일부 기관이 인력 10% 이상의 감축 계획을 발표하고 있지만 '10%'가 모든 공공기관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가이드라인'은 아니라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인력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기관은 동결하거나 늘릴 수도 있다"며 "해외자원 개발을 위해 대형화 방침이 정해진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대한광업진흥공사 등은 조직개편 등을 통해 경영효율을 10% 이상 높일 수 있느냐가 평가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인식/류시훈/이태명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