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내숭은 욕망과 체면 사이의 줄다리기다. 자신을 보호하는 방어막이기도 하고 상대에게 가하는 위협을 순화시키기도 한다. 이 같은 내숭을 소재로 한 웰메이드 로맨틱 코미디 '달콤한 거짓말'(감독 정정화)이 오는 18일 개봉된다.
10년째 짝사랑하던 남자(이기우 분)의 자동차에 우연히 가볍게 치인 여자가 기억상실을 가장해 그와 연애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유쾌하게 그렸다. 여주인공 박진희(30)는 자신의 10번째 영화이자 출연작 중 최고 흥행을 기록할 것으로 자신했다.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이 영화는 정말 잘 될 것 같아요. 시사회를 본 친구들의 반응이 최고예요. 그동안 방송 드라마에 비해 영화는 잘 안 됐던 징크스를 깰 듯 싶어요. '10년째 짝사랑한다'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기억상실인 '척'하는 디지털 감성으로 재미있게 풀어냈기 때문이죠.게다가 웃기고 재미있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진지하면서도 따스한 메시지까지 녹아 있어요. "
그는 이 영화를 재능이 부족한 방송작가(박진희)와 속옷 장사란 '비주류'사람들이 사랑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라고 정의했다.
그동안 기억상실을 소재로 한 작품은 많았지만 기억상실인 '척'하는 영화는 처음이어서 출연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여기서 '우아한 척''연약한 척'하는 내숭 연기로 남자의 혼을 빼놓는다.
"내숭은 여성에게 100% 필요해요. 연애를 오래 할 수 있는 방법이거든요. 내숭은 서로에게 조심스럽게 접근하도록 하고,상대에게 예쁘게 보이도록 하는 노력이라 할 수 있어요. 처음 만난 남자에게 오랜 친구처럼 허물 없이 대한다면 그 관계는 금세 불같이 타버리고 끝날 거예요. 오랜 남자친구가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으로 나타날 경우에도 상대 여성은 자신에게 더 이상 신경쓰지 않는다고 느끼죠.친구와 연인에게 대하는 태도는 달라질 수밖에 없잖아요. "
그는 '척'하는 내숭 연기를 10여 년간의 배우 경력 덕분에 한결 여유롭게 할 수 있었다고 했다. 배우는 다른 사람들의 삶을 표현하는 직업인 만큼 서른에 이르니 표현 능력도 넓어졌다는 것이다.
박진희는 '리트머스' 같은 배우로 평가된다. 고정된 이미지가 없고 배역에 따라 다르게 드러나 보이기 때문이다. 출연작도 공포영화 '여고괴담',스릴러 '궁녀',로맨티코미디 '연애술사',멜로 '연풍연가',휴먼드라마 '간첩 리철진' 등 다양한 장르를 망라한다. 방송 드라마 '쩐의 전쟁'에서는 소신있는 은행원,'돌아와요 순애씨'에선 억척스런 아줌마까지 능숙하게 해내 최우수 여우주연상과 최고 인기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궁녀를 다룬 첫 사극영화 '궁녀',빙의를 다룬 첫 방송 드라마 '~순애씨' 등 휴머니즘이 깔려 있고 새로운 양식의 작품이라면 무엇이든 도전해보고 싶다"며 "안성기 선배처럼 박진희가 출연한 작품은 무언가 있다고 믿게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