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긴급자금 요청…르노삼성, 주4일 근무 돌입
현대차는 2일 감산관련 노조에 긴급 설명회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는 쌍용자동차가 대주주인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에 긴급 자금지원을 요청했다. 내년 4월께 1500억원 규모의 공모사채 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전체 임직원에 대한 연월차 수당의 지급을 보류하고,주택융자 자금 등 모든 복지혜택을 중단키로 했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GM대우 르노삼성자동차는 1일부터 본격 감산에 돌입하는 등 국내 완성차 업계가 글로벌 경기불황의 한파 속에서 '생존 게임'에 들어갔다.


쌍용차,3분기 적자 1000억 육박

쌍용차는 최근 대주주인 SAIC 측에 현금을 보내달라는 요청서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형탁 사장은 지난 26일 정일권 노조 지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판매량 급감으로 지난 3분기에만 1000억원에 육박하는 (누적)적자가 발생했고,금융경색으로 은행 차입에 의한 자금조달이 어렵다"며 "위기 극복을 위해 대주주에 긴급 자금지원을 요청해 다양한 방안이 마련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하지만 중국 정부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다,현지 정부의 외환관리 정책 강화로 최종 승인이 아직 나지 않았다"며 "내년 초가 고비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쌍용차가 대주주에 현금 지원을 요청한 것은 내년 4월 만기 도래하는 1500억원 규모의 공모사채 때문이다. 이 회사는 2006년 4월 3년 만기의 무보증사채를 연이율 6.92%로 발행했다.

쌍용차는 위기 타개를 위해 연월차 수당 지급을 보류하고 복지혜택을 전면 중단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노조에 보냈다. 또 이달 17일부터 말일까지 한시적으로 전체 공장 문을 닫기로 했다. 공장가동이 중단되면,생산직 직원들은 평균 임금의 70%만 급여로 받게 된다.

쌍용차 관계자는 "1년치 연월차 수당을 내년 1월 한꺼번에 지급해야 하는데,여건상 불요불급한 비용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기업 생존과 고용이 가장 중요한 가치 아니냐"고 말했다. 노조 측은 "쌍용차가 부도난 상황이 아닌 만큼 복지중단과 휴업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GM대우,현금 확보 최우선

GM대우는 이날부터 중형차 토스카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윈스톰을 생산하는 인천 부평2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내년 1월4일까지 한 달여 간이다. 오는 22일부터는 근무일 기준으로 8일간 부평 1공장과 군산,창원 등 모든 공장이 문을 닫는다. 회사 측은 판매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내년 1∼2월,최악의 경우 3월까지 공장가동을 중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 GM대우 노조 측은 회사가 서울 양평동,성수동 등 직영 정비사업소 매각 등을 검토하는 것 아닌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서울 직영 정비소가 노후화돼 이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며 "직영정비소를 팔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GM대우는 내수 판매를 전담하고 있는 대우자동차판매와의 거래 방식도 이달부터 당일 현찰거래로 바꿨다. 종전에는 월단위 주문 및 후불 입금 방식이었지만,매일 주문하고 현금으로 받는 방식으로 변경한 것이다. GM대우 노조는 이와 관련,2일 간부합동회의를 소집해 현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현대차 잔업·주말특근 중단

국내 최대 완성차업체인 현대차도 이날부터 울산 전주 아산 등 국내 전 공장의 잔업 및 주말 특근을 중단했다. 싼타페와 베라크루즈를 생산하는 울산2공장의 경우 정규 근무시간(8시간)까지 줄여 주·야간조가 각각 4시간만 근무하고,나머지 4시간은 교육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현대차가 본격 감산에 들어간 것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10여년 만이다.

현대차는 이번 감산 결정으로 월 2만대 정도의 생산이 줄면서,국내 7개 공장의 한 달 평균 생산량(15만대가량)이 10% 정도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이와 관련,2일 울산공장에서 노조를 대상으로 긴급 경영설명회를 열 방침이다. 이 자리에서 불가피한 감산 배경을 설명하고,추가 감산 가능성도 언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모두 어렵기 때문에 회사와 동반 생존을 모색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노조에서도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기아차 역시 올 하반기부터 모하비 스포티지 쏘렌토 등 SUV 생산라인에 대한 잔업·특근을 중단한 데 이어 이달 중순 카니발 생산라인을 한시적으로 멈추기로 했다.

르노삼성은 이날부터 주5일 근무에서 주4일 생산체제로 바꿔 생산량을 줄이기로 했다. 또 오는 24일부터 내년 1월1일까지 조업을 전면 중단할 계획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