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슬림, 최대 주주로 올라서…삭스 이사회 '포이즌필' 도입

84년 전통의 뉴욕 유명 고급 백화점 삭스피프스애비뉴의 모회사인 삭스가 적대적 인수ㆍ합병(M&A)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삭스를 집어삼키려는 사람은 올해 포브스 선정 세계 2위 부자에 올랐던 멕시코의 억만장자 통신재벌 카를로스 슬림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삭스는 26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슬림이 자사 주식 2525만주(17.79%)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고 밝혔다. 슬림은 특히 이 가운데 약 150만주를 뉴욕 증시에서 삭스 주가가 2.68달러로 1996년 상장 후 12년 만의 최저치로 급락했던 지난 21일을 전후해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슬림 측은 이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라틴아메리카의 록펠러'로 불리는 슬림은 개인 재산만 약 600억달러(약 90조원)에 이르며,멕시코 최대 통신기업인 아메리카모빌과 인부르사은행 등 220여개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삭스 이사회는 이날 슬림의 적대적 M&A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이른바 '포이즌필(독약조항)'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M&A를 시도하는 개인 또는 단일 법인이 삭스 지분 20% 이상을 취득할 경우 기존 주주들에게 현 주가보다 50% 낮은 가격에 신주를 사들일 수 있는 권리를 준다는 내용이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삭스는 적대적 M&A 공방이 펼쳐질 것이란 예상에 힘입어 12.36% 급등한 4.0달러에 마감됐다.

삭스는 1919년 세워진 백화점 체인인 프로피츠와 1924년 설립된 삭스피프스애비뉴가 1998년 합병하면서 탄생된 직원 1만5000명의 대형 백화점체인 그룹이다. 현재 미 25개 주에서 삭스피프스애비뉴 백화점과 명품 전문 아울렛매장인 오프피프스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한편 슬림은 최근 씨티그룹에도 손을 뻗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슬림이 소유하고 있는 멕시코 인부르사은행의 증권브로커리지 사업부는 멕시코 증시에 상장된 씨티그룹 주식 2600만주를 지난 19일부터 닷새 동안 총 1억3400만달러에 사들였다. 지분율은 1%에 채 못 미친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