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티모시 가이트너 뉴욕연방은행 총재를 차기 재무장관에 내정하자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마음이 바빠졌다.

금융 시장에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문제 해결을 주도해 온 가이트너 총재를 대신할 적임자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금융시장 정상화 등 할 일은 많은데,자신의 후임자로 벌써부터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 이름이 거론되고 있어 속타는 버냉키 의장의 일손이 잡히지 않을 것이란 소리가 흘러나온다. 버냉키 의장의 임기는 2010년 2월까지다.

블룸버그통신은 24일 버냉키 의장이 금융위기 해결사를 오바마 당선인에게 빼앗긴 만큼 최대한 서둘러 후임을 물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욕연방은행은 11개의 다른 연방은행과 달리 증권사 딜러들과 채권 거래를 통해 기준금리에 근접하도록 금리 조정을 하는 등 시장에 깊숙이 개입해왔다.

특히 가이트너 총재는 헨리 폴슨 재무장관 및 버냉키 의장과 호흡을 맞춰 신용경색에 빠진 금융시장 시스템을 지켜내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마련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파산 위기에 몰린 베어스턴스를 JP모건체이스가 인수하도록 구제금융을 지원했고,AIG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데도 앞장섰다.

뉴욕연방은행 총재는 FRB의 금리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상임 투표권을 가진 부위원장인 데다,2800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가이트너 총재의 지난해 연봉은 39만8200달러로,재무장관과 FRB 의장이 받는 연봉(19만1300달러)의 거의 두 배다. 라일리 그램리 전 FRB 이사는 "가이트너가 재무장관이 되면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은행 시장담당 부총재가 임시 총재직을 수행할 것"이라면서 "가이트너의 후임에는 더들리 부총재와 케빈 워시 FRB 이사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더들리 부총재는 20여년간 골드만삭스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