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리더스 포럼' 강연

"여성도 각자가 가진 색깔을 잘 표현하면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어요. 저 자신은 공평과 소박,결단 등을 제 색깔로 만들었습니다. "

정부출연연구기관장 가운데 유일한 홍일점인 정광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60)은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전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가 한국경제신문사 후원으로 19일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개최한 '21세기 여성 리더스 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임기를 20여일 남겨둔 정 원장은 여성 기관장으로서의 소회와 함께 지난 3년간 표준연의 변화를 위해 내렸던 결단들에 대해 설명해 포럼에 참석한 여성 과학자들로부터 공감을 얻었다. 정 원장은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독한 사람'이란 선입견을 갖고 보지만 실제론 '부드러운 사람'이라며 "여성리더가 되려면 때로는 누나 같은 포용력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남성이 가진 정치력과 친화력이 부러울 때가 많았다"며 "특히 회식자리의 딱딱한 분위기를 띄우는 유머감각을 가진 남성들이 멋있게 보였다"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정 원장은 취임 후 기존의 연공서열식 인사시스템을 바꾸는 데 주력했다고 밝혔다. 그는 "인사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그 사람의 능력만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전에는 연구원이 모두 서울대 출신이었지만 내가 원장을 맡은 후에는 연구원의 출신 학교가 다양해졌고 연구 성과도 향상됐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한 선배 기관장에게서 인사에서 결단력과 뚝심이 있지만 주요 보직에 젊은층을 임명하면서 소외된 중간층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충고도 들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그는 논어에서 자공이 한 말을 인용하며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사람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도 미흡한 사람"이라며 "무슨일을 하든지 모두에게 인기가 좋은 사람은 구차한 행동을 했다는 증거이고 모두에게 미움을 받는 사람은 내실이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경기여고와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1978년 표준과학연구원에 해외유치과학자로 들어왔다. 이후 진공기술전문가로 질량표준연구실장,압력진공연구실장,진공기술센터장,물리표준부장 등을 지내는 등 진공기술 전문가로 진공표준 확립에 기여해 왔다. 현재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아시아태평양측정표준협력기구(APMP) 의장,국제 도량형위원회(CIPM) 위원직을 함께 수행하고 있다.

황경남 기자/김주영 인턴(한국외대 3학년)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