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하수로 냉난방을 할 수 있는 친환경 빌딩이 내년 중 국내에서 첫선을 보일 전망이다.

친환경 에너지 기업인 휴다임(대표 조기식)은 최근 스위스의 엔지니어링 기업인 랍테름과 '하수열 냉난방 시스템' 기술 이전 계약을 맺었다고 10일 밝혔다.

조기식 사장은 "랍테름 시스템은 독일 베를린시 환경청사와 미국 하버드대학 등 전 세계 17곳에서 현재 사용 중이거나 관련 공사를 진행하고 있을 정도로 경제성과 효율이 검증된 기술"이라며 "내년 상반기 중 국내에 첫 제품을 설치하기위해 몇몇 지방자치단체 및 건물주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랍테름 시스템은 하수도 물의 온도가 겨울에는 상수도 물보다 7도가량 높은 12도에 달하고,여름에는 대기 온도보다 10~15도 낮은 20도 수준이란 점에 착안한 기술이다. 하수관의 바닥에 성능 좋은 열교환기를 설치해 하수열을 채집,고효율 열펌프로 보내면,전기 열펌프가 이를 50~70도로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5도 안팎의 상수도 물을 보일러로 데우는 난방방식보다 에너지 사용 비용을 최대 70% 줄일 수 있다. 도심 곳곳에 매설된 하수관에서 직접 열을 모으기 때문에 설치비도 저렴한 편이다. 과거에도 하수열 냉난방 시스템이 개발된 적이 있었지만 도심 외곽의 하수종말처리장에서 열원(熱源)을 얻는 특성상 경제성이 떨어져 보편화되지 못했다.

여름철에는 열펌프에서 공기를 팽창시키는 방식으로 실내 온도를 떨어뜨린다. 에어컨 등 일반 냉방시스템과 같은 원리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실내를 냉방하면서 발생되는 열을 대기보다 온도가 낮은 하수관으로 배출한다는 점이다. 기존 냉방시스템은 냉방으로 생긴 열을 식히기 위해 냉각탑 또는 실외기를 설치해야 하지만,하수열 시스템에선 그럴 필요가 없다.

조 사장은 "하수관에 열교환기와 열펌프만 설치하면 되는 만큼 신축 건물은 물론 중앙집중식 냉난방시스템을 갖춘 기존 건물에도 적용할 수 있다"며 "도심 밀집도가 높은 서울 부산 등 국내 대도시는 미국 유럽 도시보다 하수량이 훨씬 많기 때문에 하수열 냉난방 시스템의 효율도 훨씬 높다"고 밝혔다.

휴다임은 연건평 1만㎡ 규모의 오피스빌딩 설치비가 대략 7억~9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신 냉난방비를 최대 70% 줄일 수 있어 설치 후 5년 정도면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1만㎡ 크기의 오피스빌딩의 경우 6개월이면 공사를 끝마칠 수 있다. 다만 공공 하수를 사용하는 만큼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아야 시공할 수 있다.

조 사장은 "하수열 냉난방 시스템은 기존 방식에 비해 에너지 소모량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절반 이상 줄인다는 점에서 현 정부의 '저탄소·녹색성장' 정책에도 부합하는 기술"이라며 "정부가 하수열 에너지를 태양광 및 풍력발전처럼 지원 대상에 포함시키면 정착 속도도 훨씬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