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옛 나산백화점 재개발 공사 현장이 붕괴돼 2명의 인부가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31일 강남소방서와 강남경찰서 등에 따르면 오전 10시15분쯤 논현동 옛 나산백화점 철거공사 도중 갑자기 지반이 붕괴되면서 구조물들이 무너져 내려 포크레인 작업 중이던 인부 2명이 건물 잔해에 깔렸다.

이날 사고는 5층에서 환풍기 철거작업이 진행되던 중 5층부터 1층까지 건물 바닥과 외벽이 공사장 안쪽으로 무너져 내리면서 발생했다. 사고 당시 5층 공사 현장에는 인부 7명과 포크레인 3대가 작업 중이었으며 건물이 무너지면서 포크레인 1대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이 과정에서 다른 인부들은 급히 대피했지만 포크레인 기사 주모(53) 씨와 인부 박모(40대 중반) 씨가 건물 잔해 속으로 떨어졌다.

박 씨는 바로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머리와 허리 등에 심한 골절상을 입고 중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주 씨는 아직 건물 잔해에 깔려 있으며 생사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현장에는 119 구조대원 20여명 등 80여명의 구조대가 급파돼 펌프 장비 등을 동원해 건물 잔해를 뒤지고 있다. 구조대는 박씨와 주씨 외에 다른 인명 피해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특수구조대 등을 추가 투입했지만 건물의 추가 붕괴 위험으로 인해 작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공사현장의 붕괴였기에 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인근 시민들은 지난 1995년 6월29일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악몽을 다시 한번 떠올려야 했다. 붕괴 당시 인근지역을 걸어가던 한 시민 김모씨는 "갑자기 굉음이 들리며 땅이 뒤흔들렸다"면서 "과거 삼풍백화점 붕괴 악몽이 머리 속에 떠올랐다"고 말했다. 붕괴 굉음과 진동이 인근지역 빌딩 근무자들까지도 느낄 수 있었던 규모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새벽부터 비가 오는 등 지반이 약해진 가운데 공사가 이루어져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중이다.

한편 나산백화점은 지난해 9월 경매를 통해 엠케이에스개런티 유한회사에 팔려 지하 6층, 지상 20층 규모의 오피스 빌딩으로 개발되고 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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