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격이 바닥을 모른 채 추락하고 있다. 수익은 둘째치고 투자의 고삐를 잡고 있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럴 때 바람의 방향에 관계없이 결승선을 향해 나아가는 윈드서핑 기술은 투자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환경의 변화를 받아들이되,이를 역으로 이용할 줄 아는 마인드를 갖게 하기 때문이다. 윈드서핑 기술에 빗대 역풍 속에서도 수익을 올리는 부동산 투자전략을 살펴보자.

◆정면 맞서기(Beating 기술)

윈드서핑 배는 12시 방향에서 바람이 불어오면 12시 방향으로 똑바로 전진할 순 없다. 보드가 나아갈 수 없는 한계구역을 뜻하는 데드존(Dead Zone)이기 때문.그러나 1시 방향으로 가다가 왼쪽으로 틀어 11시 방향으로,다시 오른쪽으로 틀어 1시 방향으로 지그재그로 진행하면 12시 방향의 목표지점에 닿을 수 있다. 마스트(돛대) 각도와 보드의 무게중심을 잘 잡으면 바람을 사실상 거스를 수 있다. 이를 비팅(Beating),또는 클로즈 홀드(Close Hauled)라 한다. 말 그대로 '역풍을 이겨내고' '목표 지점으로 보드를 끌고 가는' 기술이다.

비팅 기술은 부동산 투자에서는 연간 20% 이상의 수익률을 노리는 고위험·고수익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불황에 따른 '자금회전용 급매물'에 타깃을 맞추라고 입을 모은다. 경매 직전의 부실채권,또는 경매나 공매에 나온 물건,시공사 대물(공사비 대신 받은 부동산 물건)을 매입하거나 낙찰받는 것이 지금같은 역풍 속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길이라는 얘기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은 "다리품을 팔아 이런 매물들을 찾으면 시세보다 30~40% 정도는 싸게 매입할 수 있다"며 "싸게 사서 싸게 파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단,나중에 되팔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환금성이 뛰어난 상품에만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파트는 장기적인 지역호재가 있거나 일시적 수급 불일치로 나온 매물,오피스텔은 서울 강남역 마포 등지 소형 오피스 수요가 많은 곳에서 30% 정도 싼 대물이 추천할만 하다.



◆에둘러 가기(Beam Reach 기술)

비팅기술을 쓰기 어려울 땐 역풍에 뒤로 밀리지 않으면서 호시탐탐 비팅 기회를 노리는 기술이 필요하다. 12시 방향의 바람에 대해 3시,또는 9시 방향의 직각으로 달리는 리치(Beam Reach) 기술이 대표적이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횡보' 또는 '게걸음' 전략이다. 부동산 투자에선 연간 10~20%의 수익을 목표로 하는 투자 스타일을 뜻한다.

현재로선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되는 송파(위례)신도시나 인천 송도국제도시 등지의 소형 아파트를 고르는 게 리치 기술에 해당한다. 분양가가 싸기 때문에 연간 수익률 10~20%대는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부동산 대(大)호황 사이클이 당분간 오기 힘들다고 보면 상한제 아파트를 분양받은 뒤,전매제한 요건을 갖춰 파는 수익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보수적 투자전략과 공격적 투자전략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목돈이 많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고려해볼 만한 작전이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투자리스크를 줄이려면 싸게 사는 수밖에 없다"며 "급매물 건지기도 이런 전략 중 하나"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서울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 105㎡는 6억원대까지 밀려 거래되고 있다. 강남권인데도 3.3㎡(1평)당 가격이 1800만원대에 불과하다.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는 조세특례제한 아파트가 마감 기한이 다가오면서 급매로 나온 경우도 있다. 용산 한강로3가의 쌍용스윗닷홈 131㎡가 7억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뒤집히지 않기

무리하게 바람과 파도에 맞서면 뒤집힐 수 있다. 서퍼들은 이 점을 항상 염두에 둔다. 갑작스레 높은 파도를 만나면 방향을 급격히 트는 컷백(Cut back) 기술이 유용하다. 보드가 측면으로 밀리는 것을 막아주는 보드 바닥의 대거보드(Dagger board)도 강풍을 만나면 차라리 접는 게 낫다. 조금 뒤로 밀리더라도 뒤집히는 것보다는 낫다.

연간 수익률로 따지면 7~10%대의 현금(수익) 위주의 안전 투자전략이다. 개발이후의 예상되는 미래 가치보다 사용가치(내재가치)가 높은 상품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임대수요 많은 역세권,대학가,산업단지,오피스 밀집지역 부근의 소형 오피스텔과 임대주택 △전세가 비율이 60% 이상이고 임대수요 풍부한 역세권 소형 아파트가 그 대상이다.

김희선 부동산114 전무는 "실거주형 내집마련 수요자가 아닌 투자자라면 일단 임대수입이 금리 수준은 보전(7% 정도)할 수 있고 향후 매매차익을 덤으로 기대할 수 있는 물건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뉴타운과 재개발 사업지 주변 이주 수요자를 겨냥한 주택 매입·임대사업을 권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