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눈으로 세상 보고 쓰면 정확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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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 문인 정지상은 5세 때 강물 위에 뜬 하얀 새를 보고 '누가 흰 붓으로 을(乙)자를 강물에 썼는가(何人將白筆 乙字寫江波)'라는 시를 지었다고 한다. 글쓰기란 이렇게 특출난 소수에게만 부여되는 재능일까.
40년 넘게 숱한 작품을 발표해온 작가 한승원씨(69)의 생각은 다르다. <한승원의 글쓰기 비법 108가지>(푸르메)를 출간한 한씨는 "모든 사람들이 글쓰기 재능을 갖추고 있지만 발견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며 "사물을 보면서 어떤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 사람은 이미 글쓰기를 시작한 셈"이라고 말했다.
한씨는 글쓰기에 관한 두 가지 잘못된 생각을 지적했다. "특이한 사건만이 글감이 된다고 여기는 함정을 피해가야 합니다. 자녀들과의 대화,마주치는 벌레 하나,바람에 살랑대는 나뭇잎 등 사소해 보이는 모든 일상이 글감이 됩니다. 또 '글을 잘 써야겠다'는 생각에 얽매이지 말아야 합니다. "
그는 세상을 보는 저마다의 눈을 색깔있는 안경에 비유했다. "성장하면서 입은 이런저런 상처 하나하나가 이런저런 색깔의 안경이 됩니다. 그 색깔 너머로 세상을 보면 일상이 달리 보이면서 글감이 포착되지요. 기쁜 눈은 흥분한 탓에 세상을 정확히 보지 못하는데,슬픈 눈으로 보면 세상이 정확하고 아름다워 보입니다. "
그가 강조하는 것은 글쓰기 기술보다 마음가짐과 노력이다. 좋은 글을 쓰려면 먼저 영혼이 순수하고 진실해야 한다는 것.'글에는 그것을 쓴 사람의 진실이 보석처럼 박혀 있기도 하고 허위의 구린내가 만장처럼 너풀거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는 노력이 필요하다.
"선인들은 이렇게 말했지요. 5000권의 책을 읽고 쓰려고 하는 대상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좋은 글을 쓰기 위해 1만장의 종이를 허비해야 글다운 글을 쓸 수 있게 되는 법이라고 말이죠."
<한승원의 글쓰기 비법 108가지>는 40년 이상 글쓰기 내공을 갖춘 작가의 글에 대한 성찰을 담은 수필로도 읽힌다. 글쓰는 행위를 '내내 준비했던 응어리 같은 생각의 덩어리를 폭죽처럼 터뜨리는 것'이라고 보는 그는 책에서 선문답 한 대목을 들며 "글쓰기를 경허 스님의 술 마시기처럼 할 일"이라고 전했다.
주막에서 술에 얼근해진 경허는 제자에게 말한다. "술이 있으면 마시고 없으면 마시지 않다니? 나는 먼저 밀 씨앗 튼실한 것을 구해다가 기름진 땅에 뿌리네.싹이 나서 잘 자라도록 거름 주고 북 주고 김매고 벌레 잡아주고,수확을 한 다음 누룩을 만들어 적당한 온도에서 띄우네.좋은 쌀과 잡곡으로 고두밥을 쪄서 그 누룩하고 버무려 동이에 붓고 미지근한 물을 부어 아랫목에 묻어놓고 부글부글 괴기를 기다렸다가 시기를 놓치지 않고 첫국을 떠서 조금씩 음미하듯이 마시고 남은 것은 탁배기로 걸러 마시기도 하고 소주를 내려서 마시기도 하네.
"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40년 넘게 숱한 작품을 발표해온 작가 한승원씨(69)의 생각은 다르다. <한승원의 글쓰기 비법 108가지>(푸르메)를 출간한 한씨는 "모든 사람들이 글쓰기 재능을 갖추고 있지만 발견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며 "사물을 보면서 어떤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 사람은 이미 글쓰기를 시작한 셈"이라고 말했다.
한씨는 글쓰기에 관한 두 가지 잘못된 생각을 지적했다. "특이한 사건만이 글감이 된다고 여기는 함정을 피해가야 합니다. 자녀들과의 대화,마주치는 벌레 하나,바람에 살랑대는 나뭇잎 등 사소해 보이는 모든 일상이 글감이 됩니다. 또 '글을 잘 써야겠다'는 생각에 얽매이지 말아야 합니다. "
그는 세상을 보는 저마다의 눈을 색깔있는 안경에 비유했다. "성장하면서 입은 이런저런 상처 하나하나가 이런저런 색깔의 안경이 됩니다. 그 색깔 너머로 세상을 보면 일상이 달리 보이면서 글감이 포착되지요. 기쁜 눈은 흥분한 탓에 세상을 정확히 보지 못하는데,슬픈 눈으로 보면 세상이 정확하고 아름다워 보입니다. "
그가 강조하는 것은 글쓰기 기술보다 마음가짐과 노력이다. 좋은 글을 쓰려면 먼저 영혼이 순수하고 진실해야 한다는 것.'글에는 그것을 쓴 사람의 진실이 보석처럼 박혀 있기도 하고 허위의 구린내가 만장처럼 너풀거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는 노력이 필요하다.
"선인들은 이렇게 말했지요. 5000권의 책을 읽고 쓰려고 하는 대상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좋은 글을 쓰기 위해 1만장의 종이를 허비해야 글다운 글을 쓸 수 있게 되는 법이라고 말이죠."
<한승원의 글쓰기 비법 108가지>는 40년 이상 글쓰기 내공을 갖춘 작가의 글에 대한 성찰을 담은 수필로도 읽힌다. 글쓰는 행위를 '내내 준비했던 응어리 같은 생각의 덩어리를 폭죽처럼 터뜨리는 것'이라고 보는 그는 책에서 선문답 한 대목을 들며 "글쓰기를 경허 스님의 술 마시기처럼 할 일"이라고 전했다.
주막에서 술에 얼근해진 경허는 제자에게 말한다. "술이 있으면 마시고 없으면 마시지 않다니? 나는 먼저 밀 씨앗 튼실한 것을 구해다가 기름진 땅에 뿌리네.싹이 나서 잘 자라도록 거름 주고 북 주고 김매고 벌레 잡아주고,수확을 한 다음 누룩을 만들어 적당한 온도에서 띄우네.좋은 쌀과 잡곡으로 고두밥을 쪄서 그 누룩하고 버무려 동이에 붓고 미지근한 물을 부어 아랫목에 묻어놓고 부글부글 괴기를 기다렸다가 시기를 놓치지 않고 첫국을 떠서 조금씩 음미하듯이 마시고 남은 것은 탁배기로 걸러 마시기도 하고 소주를 내려서 마시기도 하네.
"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