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8천년前 '호빗족' 이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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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커버리! 브라이언 페이건 엮음/ 이희준 옮김/ 사회평론/ 256쪽/ 2만8000원
호주 뉴잉글랜드대학의 고고학자인 마이크 모우드 박사가 이끄는 발굴팀은 2004년 인도네시아 자바 섬에서 동쪽으로 500㎞쯤 떨어진 플로레스 섬의 동굴에서 키가 1m도 되지 않는 성인 여성의 유골을 발견했다. 뇌 크기는 침팬지와 비슷한 400㎖에 불과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들의 생존 시기가 1만8000년 전쯤이라는 것.이 시기에 존재한 인류는 호모 사피엔스뿐이라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지만 영화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호빗족'이 실재했을 가능성을 발굴팀은 제기했다. 이 성인 여성 유골에 이어 발견된 키 50㎝의 다섯살 난 아이 등 9명의 유골과 정교한 석기들도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처럼 고고학적 발견은 문헌사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을 메우고 연결할 뿐만 아니라 아예 사료가 없는 시대의 실상을 추정하거나 의문을 해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디스커버리!>는 최근 15년간 전 세계에서 이뤄진 고고학의 최신 성과 60여 건을 320여 장의 생생한 사진들과 함께 소개하면서 편견에 갇힌 상식을 뒤집고 인류의 기원과 역사에 대한 의문을 풀 실마리를 제공한다.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노예가 아니라 자유민들이 건설했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이집트 전문가인 자이 호아스는 피라미드 건설 작업자들의 대규모 공동묘지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이렇게 주장한다. 발굴 유골에 대한 법의학적 연구 결과 외과 수술로 뇌 종양을 제거한 증거가 나왔고,무덤의 몇몇 주인공은 작은 조각상이나 봉헌용 탁자를 갖추고 있었다는 것.이로 볼 때 피라미드 건설 작업자들은 분명 노예가 아니었으며 왕들을 위해 노동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 자유 이집트인들이었다고 그는 설명한다.
스페인 북부 부르고스 근처 석회암 언덕에서 발굴된 80여 개의 화석 인골들은 대부분 어린이 뼈인데다 석기에 베었음직한 자국들로 뒤덮여 있어 최초의 유럽인이 식인종이었다는 가설을 낳고 있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학의 스티브 부르제 교수는 1995년 페루 와카 데 라 루나의 모래 유적에서 1400년 전 엘니뇨 현상이 발생했으며 이 현상을 이용해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인신 희생의식이 있었음을 발견하기도 했다.
고고학적 발견에 직접 참여했던 고고학자,미술사학자,인류학자 등 60명이 빙하시대의 주요 발견들과 고대의 무덤과 미라,고대 미술,사라진 도시들,의례와 종교계 얽힌 의문들,바다 밑에서의 발견과 최첨단 과학으로 밝혀낸 사실 등에 대해 직접 글을 썼다. 사진 또한 발굴 당시 찍은 것이라 생생하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