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남북녀라는 말이 있다. 한국인 정서에서 이야기하는 미인인 북녀의 외양은 '키가 늘씬하고 살결이 희고 얼굴이 갸름하며 외꺼풀 눈에 허리가 긴 여성'이다. 기후의 영향으로 북쪽으로 갈수록 이런 조건에 부합하는 여성들이 많았을 것이라는데,이 북녀가 탈북자를 가장해 크게 일을 냈다. 그 이름은 여간첩.

중년들은 기억이 날 것이다. 소싯적에 구멍가게 기둥마다 '사탕 사준 아저씨 알고 보니 스파이','어둠 속에 떨지 말고 자수하여 광명 찾자' 등등 더덕더덕 붙어 있던 표어들을….그때는 그저 '삐라'라도 주우면 잽싸게 신고해서 칭찬받고 연필 타는 재미나,탄피 주워서 엿 바꿔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한동안 못 들어보던 간첩이 잡혔다는 뉴스를 보니 생뚱맞고 낯설기는 하지만 어찌나 반갑던지 대한늬우스를 보는 것 같았다. 쌕쌕이가 날아가면 하던 공부 때려 치우고 개구리처럼 방공호로 뛰어들었고,모의간첩 훈련을 할 때는 로또 당첨만큼이나 간절히 간첩을 잡고 싶었다. 수상한 사람이 내 앞에 나타나줬으면 하는 바람이 절절했지만 그런 행운은 오지 않았고,남들이 잡은 간첩을 구경만 해야 했다. 얼마나 부럽고 아쉽던지….

며칠 전 북한 여간첩이 검거됐다. 웃기는 건 '개방적 성관념'을 갖고 있어서 간첩으로 캐스팅되었다는 것이다. 북쪽에는 아직 성 개방이 안 되었지만,유독 그 여인만 발랑 까져서 꽃뱀하기에 적격이었다는 말이다. 결혼정보 회사를 통해 군 장교와 접촉하고 성관계를 가지면서 군사 기밀을 빼냈으며,게다가 그 간첩은 말투가 거칠고 그리 예쁜 얼굴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남성들이 뭐에 홀렸단 말인가? 결국 속(?)만 예뻤다는 소리인데 그 속이 어떤 속인지 심증은 간다. 그런데 영화를 너무 많이 본 탓인지 몰라도 사실 깜짝 놀랄 일은 아니다. 역사적으로도 미인계를 쓰는 스파이는 언제든지 있었다. 그런데 이 사건의 압권은 공작금으로 북한의 비아그라로 불리는 '천궁백화(天宮白花)'를 가져와 남한에서 정력제로 팔았다는 것이다. 자나 깨나 정력 때문에 고민인 남쪽 남정네들이 얼마나 허벌나게 사먹었을까? 아내(?)를 기쁘게 해주려는 남편의 눈물겨운 마음은 노벨상 감이다.

이뿐이 아니라,탈북자가 급증하면서 햇볕정책의 일환으로 남측 인사들이 북한을 방문해 호텔에 묵으면 야밤중에 야한 옷을 입은 미녀나 안마사가 뛰어들어 온 몸을 녹여드렸다는 것.

요즘 남쪽에도 쓸 만한 여성들이 꽤 많은데 북쪽 에미나이들까지 남쪽 남성들을 기쁘게 해준다니 남자들은 얼마나 좋을까?

더 기가 막힌 것은 따끈따끈한 법원 판결문이다. 접대부를 고용할 수 없도록 돼 있는 단란주점 업주가 남성 접대부를 고용해 호스트바 영업을 했더라도 법 위반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식품위생법은 유흥 종사자를 손님과 함께 술을 마시거나 노래 혹은 춤으로 손님의 유흥을 돋우는 '부녀자'로 규정하고 있다. 아직까지 술시중은 여자만 드는 것이 우리나라 정서이고,법이다.

"공평치 못해,법도 접대부는 여자만 인정한다는 거잖아.여자 접대부는 남자의 흥을 돋우는 오만가지 짓들을 다해야 하고,남자 접대부가 여자에게 재롱을 떠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 아냐?"

"억울하면 여자들도 출세하면 될 거 아냐.높은 사람이 여자면 남자간첩이 와서 꼬실 거 아냐.여자 국회의원들이 많아지면 그런 법은 금방 고칠 걸?"

사회 변화를 반영해 발빠르게 법 규정을 고치는 것은 높은 분들의 몫이다. 언제쯤이면 보통(?) 여성들이 근육질 남성 접대부를 앉혀 놓고 가슴팍에 배추 이파리 팍팍 꽂아가며 걸판지게 놀아볼 수 있을까? 아쉬운 대로 배 뽈록한 남편한테 접대부 노릇 좀 해 달라면 기본이 핀잔일 걸.차라리 북쪽 아가씨와 놀아난 장교들을 부러워하는 남편에게 기쁨조가 되는 게 속 편할 일이다. 남자간첩은 언제 오려나….

/한국성교육연구소 www.sexeducati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