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대선 레이스는 예고편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레이스에서 남성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과 여성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불꽃튀는 접전을 벌였다. 사상 처음 여성 대통령 후보가 나오진 못했지만 힐러리는 무려 1800만표를 얻어 여성 정치인의 잠재력을 과시했다. 여성의 사회적 승진에 보이지 않는 장벽을 의미하는 '유리천장'에 1800만개의 금이 가게 만들었다.
공화당은 이를 약삭 빠르게 벤치마킹했다.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조지프 바이든의 대항마로 여성인 새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 카드를 전격 꺼내들었다. 페일린은 "유리천장을 완전히 깨부수도록 공화당에 표를 달라"며 여성 유권자들의 표심을 한껏 자극하고 있다.
유력 정치가문들이 펼치는 대결도 볼 만하다. 민주당에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가문,신 정치가문으로 부상한 힐러리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내외가 포진해 오바마를 밀고 있다. 오바마에 '제2의 뉴 프런티어' 영감을 준 케네디는 사후에도 딸인 캐롤라이나와 동생인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을 전당대회에 출연시켜 가문의 저력을 확인했다. 경선 때 아내를 위해 오바마의 저격수로 나섰던 클린턴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오바마의 지지자로 변신했다.
공화당 전당대회에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가문이 총 출동해 존 매케인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과 바버라 부시 여사는 노구를 이끌고 축제장에 나와 분위기를 달궜다. 세계 어느 정치 현장에서도 보기드문 가문 간 대결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미국이 아니라면 눈총을 받을 수도 있는 이색적인 장면이다.
이제 클라이맥스는 미 최초의 흑백 본선 대결이다. 오는 11월4일 대선에서 유권자들이 오바마와 매케인 중 누구를 지도자로 낙점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2008년판 '대선 미드(미국 드라마)'는 막 종료까지 흥미를 당긴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