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은행도 예금으로 자금조달
투자상품 단순화·투명성 강화
금융시장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40년 전에는 통화선물이란 상품이 없었고 2년 전만 해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는 월가를 괴롭히는 단어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10여년 뒤 세계 금융시장은 어떤 모습일까.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14일 "새로운 투자상품을 고안해내고 돈을 번 사람들은 항상 앞을 내다보고 움직였다"며 재무학 교수 등 전문가들이 전망하는 '2020년 금융시장의 모습'을 소개했다.
◆금융시장 국제화 가속도
전문가들은 미래 금융시장은 △국제화가 더욱 진전되고 △투명성이 강화되며 △개인투자자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우선 국내·해외 금융시장의 구분이 없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제레미 시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경영대학원) 교수는 "생산과 판매기지가 전 세계에 분산돼 있고 특정 국가에 속한다고 보기 어려운 '국제기업(international corporate)'이 탄생하면서 전 세계를 아우르는 증권거래소가 필요하게 되고,모든 기업은 공통된 국제 회계기준을 따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위해선 선진국과 신흥국 간 금융감독의 불균형이 해소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흥국에도 선진국의 부유층들이 믿고 투자할 수 있는 금융 법질서와 감독체계가 갖춰져야 한다는 얘기다.
라비 자가나탄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교수는 "국경을 넘나드는 자금의 흐름을 실질적으로 감독할 수 있는 초국가기구가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銀도 예금으로 자금조달
단기적으로는 투자은행들이 현재의 상업은행처럼 예금을 통해서도 자금을 조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그동안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의 투자은행들은 감독당국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예금을 받는 대신 증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왔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사태에서 촉발된 신용경색으로 이 같은 자금조달 방식에 한계가 드러났다. 또 베어스턴스 사태를 계기로 투자은행들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재할인율 창구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더 이상 규제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찰스 칼로미리스 컬럼비아대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투자은행들이 어차피 규제를 받는다면 문제가 생겼을 때 정부가 지급을 보장해주는 예금이란 혜택을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들 직접 자산관리 증가
전문가들은 또 투자상품의 구조가 이해하기 쉬워지고 금융시장의 투명성도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은행들은 자산담보부증권(CDO),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등 계약자 상호간에 발행조건을 정하는 소위 '맞춤형' 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이들 자산은 유동성이 떨어지고 가치를 평가하기도 어렵다.
칼로미리스 교수는 "금융상품이 단순해지면 유동성이 늘어난다"며 "CDS라도 지금처럼 50가지 서로 다른 방식의 계약이 아니라 거래소에서 사고팔 수 있는 형태의 상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뮤추얼펀드의 수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수수료가 낮고 투자 분산이 훨씬 잘 돼 있는 인덱스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를 늘리면서 지금처럼 펀드매니저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펀드 수는 감소할 것이란 예상이다. 대럴 더피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투자 관련 소프트웨어의 발달 등으로 스스로 자산관리를 하는 개인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