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저는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3가에 있는 충정타워빌딩 지하아케이드의 빈 점포를 소유하고 있는 이낭주(46)입니다. 점포는 149㎡(45평) 규모로 지하철 2호선 충정로역 2번 출구와 바로 연결돼 있는 지하층에 있습니다. 지난해 12월에 법원 경매를 통해 공시 가격이 7억5000만원인 점포를 3억원에 구입했습니다. 이전 소유주와 계약한 임차인이 지난 3월까지 삼겹살 전문점으로 운영해 왔지만 재계약을 하지 않아 빈 점포로 남게 됐습니다. 이전 계약조건은 보증금 1억원에 월 임대료 500만원이었습니다.

저는 중ㆍ고등학교에 다니는 남매를 둔 주부로 한지공예와 리본공예 종이접기 등 공예분야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재 회사에 다니는 남편(52)은 정년까지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평상시에 퇴직 이후 생활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이 점포도 퇴직 이후 노후를 대비해 상가를 알아보던 중 부동산컨설팅 업체로부터 소개받은 것입니다. 당장 창업할 계획은 없었고 퇴직 이후 점포를 운영할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가게를 임대하고 싶어도 임차인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분양을 받았기 때문에 임차료는 없어도 건물관리비와 분양 대출금 이자 등으로 매달 270만원씩 꼬박꼬박 나가고 있는 형편입니다.

그래서 직접 창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창업할 경우 시설비용이나 물품 구입 등으로 1억원 정도 투자할 여력은 있습니다. 현재 남편이나 저나 퇴직하거나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는 것은 전혀 고려치 않고 있기 때문에 관리자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최근 한 스크린골프장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찾아와 상담하기도 했습니다. 피부관리숍이나 천연 화장품 매장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가게를 분할해 일부는 세를 놓고 나머지를 공예전문점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 투자한 만큼 이익을 낼 수 있을지,과연 장사가 잘 될지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이 점포에서 저희 부부가 할 수 있는 적당한 창업 아이템은 무엇인지,창업 준비는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고 싶습니다.



입지 ‥ 사무실ㆍ주거형 오피스텔 혼재

의뢰인의 점포가 있는 충정타워 인근은 리시온과 대우디오빌 등 대형 오피스텔이 속속 들어서면서 상권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전형적인 사무실형 상권이었지만 최근 주거형 오피스텔이 생기면서 주거와 업무 기능이 혼재된 특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반경 500m 이내에 8000여 가구가 거주하고 있지만 가구당 인구수가 2.2명에 불과합니다. 20대 이하 자녀 인구수가 현저히 적고 40대 이상 인구가 많은 고령 지역입니다. 최근 들어 주거환경 개선의 일환으로 소지구 단위의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들어서고 있지만 충정타워에서 서소문로로 이어지는 골목과 중림동 일대는 여전히 낙후돼 있어 소비수준이 떨어집니다. 다만 사무실에 상주하는 직장인들이 5만여명에 달해 점심 식사와 저녁 회식을 중심으로 먹거리와 유흥 관련 소비는 비교적 활발한 편입니다.

충정타워 지하상가는 지하철 2호선과 5호선이 환승하는 역사와 연결돼 있지만 종근당빌딩 지하상가에 비해 규모가 작고 세력이 약합니다. 종근당빌딩 지하는 주얼리점과 양복점 안경전문점 보디용품전문점 등과 함께 일식 중식 한식 등 다양한 먹거리가 있는 반면 충정타워 지하는 분식점과 호프 매점 샌드위치전문점 삼겹살점문점 등 건물 상주 인구의 소비만 고려한 상점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걸림돌 ‥ 상가 非활성화ㆍ관리비 높은편

최근 창업시장은 포화 상태로 경쟁이 치열합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열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창업에 뛰어들지 않으면 성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의뢰인 부부는 각자 직업이 있고 점포 운영을 위해 현재 하는 일을 포기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창업에 대한 절실함이나 의지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 상권에 대한 사전조사를 하지 않고 부동산컨설팅 업체가 제공한 정보에 의존해 가게를 샀기 때문에 의뢰인이 점포 인근 지역의 특성이나 주민들에 대해 잘 모르는 것도 창업 아이템을 선정하고 앞으로 가게를 운영하는 데 걸림돌이 됩니다.

의뢰인의 점포가 있는 지하 아케이드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충정타워에 상주하는 사람들과 인근 건물의 직장인들이 대부분입니다. 건물 인근 단독 주택들이 재개발로 묶여 있어 배후 세대의 소비를 거의 기대할 수 없고 충정로역이 환승역이긴 하지만 환승이 불편해 직장인을 제외하고는 유동 인구가 적습니다. 따라서 기존 지하아케이드를 이용하는 소비자 이외에 신규 고객들을 유치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지하아케이드 상가가 현재 활성화되지 못한 것도 문제입니다. 주변 점포들의 시설들이 전반적으로 노후하고 몇몇 점포는 문을 닫은 상태입니다.

건물의 관리비가 높은 편이고 전기료 도시가스 등의 경비가 별도로 청구되는 등 임대료 이외의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사업성 있는 업종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A. 의뢰인은 점포를 임대할 것인가,직접 창업할 것인가부터 결정해야 합니다. 단순히 관리비와 분양 대출금에 대한 이자 부담 때문에 창업을 시도한다면 남편의 퇴직 이후로 미루는 것이 좋습니다. 충분한 준비나 확고한 목표와 의지가 없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임대가 잘 안 된다면 점포 임차료를 대폭 낮추는 것도 고려해볼 만합니다.

의뢰인 부부는 이전에 창업한 경험이 없고 지식이 부족한 데다 현재 하고 있는 일 때문에 가게 운영에 전적으로 매달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따라서 창업을 선택한다면 독자적인 점포 운영보다는 비용이 더 들더라도 프랜차이즈 가맹 창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149㎡(45평)의 점포 면적을 고려하면 개업할 때까지 투자 비용이 약 1억~1억5000만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외식업의 경우 최소 여섯 명의 인원이 필요합니다. 이 경우 관리비와 제반 경비,투자 비용 환수 등을 고려한 손익분기 매출은 월 2000만원입니다. 적어도 2000만원 이상의 월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업종을 선정해야 합니다.

현재 점포 위치나 상가의 특성상 점심과 저녁 사이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아이템이나 저녁에 좌석 점유율과 회전율을 높일 수 있는 외식업종이 적합해 보입니다.

충정타워 지하상가는 지하철역과 연계돼 있으나 일반 유동 인구의 유입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건물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에 타깃을 맞춰 업종을 선택해야 합니다.

충정타워에는 상담업무 위주의 직종이 많고 보험회사와 이동통신사에서 일하는 30대 이상의 여성 영업사원의 비율이 높습니다. 이런 종류의 직종은 근무 여건상 술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고 보수적인 먹거리보다는 감성적인 아이템을 선호합니다. 점심시간에 어떤 메뉴를 팔아도 1회전 이상을 할 수 있지만 점심과 저녁 사이 시간대와 주말에 매출을 올리지 못하면 손익분기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여성들이 선호하는 칼국수ㆍ보쌈 전문점이나 돈가스ㆍ우동전문점 등이 적합합니다. 파스타와 커피를 결합한 '패스토랑'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점심에는 오믈렛과 파스타를 판매하고 저녁에는 생맥주와 이탈리안식 퓨전 안주 위주로 장사를 하면 좋습니다. 다만 시설비가 많이 소요되는 게 단점입니다. 스크린골프나 피부관리숍 등은 수익성면에서 부적합하고 건물 특성을 고려할 때 회원 유치를 위한 홍보와 영업활동이 많이 필요합니다.

아이템을 정했으면 점포를 잘 관리해 줄 수 있는 인력지원 및 물류공급 시스템을 갖춘 가맹본부를 선정해야 합니다. 가맹본부가 제시하는 정보공개서가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것인지부터 확인하고,가맹점 평균 매출과 개설 비용,임원들의 경력,회사의 지원 내용 등을 꼼꼼히 살펴본 뒤 적합한 곳을 선택하는 게 좋습니다.

정리=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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