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 화재로 또 다시 1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해 고시원 안전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5일 오전 1시25분께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김량장동.10층짜리 상가건물 9층에 있는'T고시텔'에서 불이 나 이영석씨(38) 등 7명이 숨지고 이철수씨(45) 등 3명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불은 출동한 소방관에 의해 40여분 만에 진화됐지만 사상자가 10여명에 이르러 고시원 안전관리 문제가 또 다시 불거졌다.

이번에 화재가 난 'T고시원'은 전체면적이 559.9㎡이지만 6.6㎡(2평)가 채 안되는 방 68개가 정사각형 구조로 다닥다닥 붙어 있는 '쪽방'구조였다. 이로 인해 불은 방 1곳에서만 났지만 벌집형태의 밀폐구조로 인해 대피로가 협소,인명피해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성인 한 명이 발을 뻗으면 꽉 차버리는 좁은 방에 창문도 모두 갖춰지지 않아 환기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화재장비 미비도 문제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화재 당시 소화기도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 고시원 이용객들의 증언이다.

정부의 안일한 대처도 도마에 올랐다. 정부는 고시원을 위생적이고 안전하게 관리.운영하겠다며 '공중위생관리법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논의 과정에서 의원들 간 의견차이로 17대 국회에서 통과시키지 못했다. 결국 그 법안은 18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됐다. 이에 따라 고시원 업주가 이익을 위해 안전시설을 제대로 갖춰놓지 않더라도 제재할 방법이 없는 상태다.

경찰은 화재 원인이 방화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에 나섰다.

이재철 기자 eesang6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