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모 단정, 침식 제공, 초보 환영, 월수 보장.' 이런 말은 어디선가 많이 봤던 문구다. 벼룩시장이나 길가 전봇대에 더덕더덕 붙어 있던 유흥업소 아가씨를 구하는 쪽지 아니었던가. 순진한 처녀들이 눈을 번쩍 뜨고 늪에 퐁당 빠지는 유혹의 손길들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초보 가능, 깔끔한 외모에 끼가 많은 분,유경험자 환영,고수익 보장'이라는 오로지 여성을 위한 남성 도우미를 구한다는 구인광고가 인터넷상에 버젓이 돌아다니는가 하면,인터넷 아르바이트 카페에 키,몸무게에다 잘생긴 외모의 특징까지 알려가며 킹카라고 홍보하는 젊은 남성들이 자신을 팔고 싶어 안달이다. 대학생들까지 남성 도우미 알바로 뜨거운 반응을 얻는 것은 대부분 주머니 사정이 뻔한 데다 성욕구가 가장 왕성할 때이기 때문에 도랑 치고 가재 잡는 격이다.

공급이 있다면 수요가 있다는 뜻,여성 전용 노래방이라는 게 등장한 것도 쇼킹한데 '남자 도우미 항시 대기,최고의 서비스와 이색적인 즐거움'이라는 선정적인 문구로 여성들을 꼬드기고 있다. 이제는 일반 노래방도 가세해 변신을 꿈꾸고 있다는데….

대부분 20대 초.중반의 미혼 남성들로 낮에 직장에 다니고 밤에 술시중을 드는 투잡스족들이지만,훤칠한 키와 잘생긴 외모가 크게 어필하는 미성년자들도 합세하는 추세라고 한다. 여성 손님들이 노래방에 가면 소속되어 있는 모든 남성들이 한 명씩 들어와 선을 보이는데,그들의 생명력은 노래와 춤 실력은 떨어져도,큰 키와 몸매보다는 잘 생긴 얼굴과 말빨과 유머가 있으면 초이스를 받을 수 있고 사랑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다.

사정이 이러니 연하남과의 일탈을 꿈꾸는 주부들은 구속 없는 노래방이 천국이다. 호스트바에 비해 값도 싸고 부담이 없다. 초창기 여성 전용 노래방의 주 고객층은 유흥업소 여종업원이었지만 날이 갈수록 주부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자연히 노래방은 대낮에 열기가 더 뜨겁다. 옛날에 장바구니 들고 카바레로 향하던 주부들이 이제는 삼삼오오 짝을 지어 노래방으로 향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동안 받았던 억울한(?) 대접을 그대로 되갚아 주려는 듯,남자들 옷을 벗기고,벗은 상태에서 춤추라고 강요하는 등 여성들이 남성 도우미들에게 하는 짓들이 짓궂기 한이 없다. 팁 때문에 시키는 대로 하긴 하지만 사람이 할짓이 못 된다는 것이다. 기존 남성 중심의 왜곡된 밤문화를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는 듯해 씁쓸하다.

맘에 드는 도우미를 찜해 놓고 데이트를 즐기듯 하루도 빠짐없이 출근 도장을 찍는 주부들도 있고,더 충격적인 것은 대놓고 2차 나가자는 여성들이 꽤 된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공공연하게 성매매가 이루어진다는 얘기다.

"남자는 되고 여자는 안 된다는 거야? 여자도 기분이 꿀꿀할 땐 위로받고 싶잖아.괜히 남편한테 말해봤자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한다고 욕이나 바가지로 먹을 거고,남자 도우미 있는 노래방에서 돈 몇푼 집어주면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데 그게 얼마나 좋아?"

집에 있는 여자들은 집구석에서 한가하니 딴 생각들이나 한다고 치지만,직장 다니는 여자들은 퇴근 후 저녁시간에 노래방에 들르신다니,단지 시간이 무료해서만은 아니지 않은가. 도대체 아내들은 뭘 원하는 걸까? 뭐가 부족해서 노래방을 들락거리며 비린내나는 남자애들과 돈까지 줘가며 시시닥거리는 걸까? 남편에게서 받아보지 못한 감미로운 대화인가,성욕구에 대한 갈증인가? 아내의 요구사항은 점점 늘어만 가고,기대에 못 미치면 밖으로 뛰쳐나가 버리니 울고만 싶은 남편들이다. 남편들은 하나같이 낮일과 밤일을 완벽하게 해내야 할 것만 같은 슈퍼맨 콤플렉스에 시달린다.

연어처럼 강물을 거슬러 올라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바뀐 세상을 탓하면 뭐하랴.그저 바깥에서는 쎄 빠지게 돈 벌고,집에 와서는 무릎팍이 까지도록 팔굽혀펴기 연습을 해야 되지 않을까?

성경원 한국성교육연구소 대표 www.sexeducati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