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굴지의 대기업 A사 고졸 생산직 신입사원의 지난해 월 평균 임금은 133만5000원이다.

기본급 80만1000원에 상여금(연간 800%)을 합친 금액으로 올 최저임금 월 85만2020원을 훨씬 웃돈다.

하지만 최저임금은 상여금 등을 뺀 기본급을 기준으로 따지기 때문에 결국 A사의 고졸 생산직원 임금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다는 계산이 나온다.

A사는 어쩔 수 없이 올해 고졸 임금 기본급을 6.5% 올려 월 급여를 85만3000원에 맞춰야 했다.

상여금을 합칠 경우 월 평균 임금이 142만1660원에 달한다.

A사는 올해도 최저임금 인상률 수준을 봐 가면서 내년도 임금 인상률을 조정해야 할 판이다.

2000년대 들어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기업들의 지불 능력이 한계에 이르고 있다.

최저임금은 국가가 임금액의 최저 한도를 정하고 사용자에게 이를 법적으로 지키도록 한 것으로 저소득층의 생계비 보장을 위해 만든 제도다.


그러나 참여정부 때 양극화 해소 차원에서 최저임금을 기업들이 감내할 수 없을 정도로 대폭 올리다 보니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2000~2008년 사이 최저임금 상승률은 연평균 11.7%로 전체 산업 연평균 임금 상승률(6.9%)의 두 배에 이른다.

김동욱 경영자총협회 경제조사팀장은 "최저임금은 기업들이 별로 주목하지 않았으나 최근 3~4년 동안 가파르게 올라 기업들이 경영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최저임금이 계속해서 높은 수준으로 오를 경우 경영난은 물론 근로자들의 일자리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계가 24일 최저임금 인상 억제 등을 정부에 공식 건의한 것도 이 같은 현실의 반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중소기업중앙회는 "환율 불안과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내수 부진 등으로 경영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률 억제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숙식비 포함 △최저임금제 지역별.연령별 차등화 등을 골자로 한 최저임금 제도 개선안을 노동부와 최저임금심의위원회에 건의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보다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을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며 "외국인 근로자에게 내국인 근로자와 똑같은 최저임금을 지급하고 숙식까지 무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규정도 중소기업들의 형편을 감안,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저임금심의위원회는 25일 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심의,결정한다.

지난 20일 열린 최저임금심의위원회에서 노동계는 당초 26.3%에서 20.2%로,재계는 임금 동결에서 2.0% 인상으로 각각 수정안을 제시한 상태다.

윤기설 노동전문/송형석 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