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가격으로는 절대로 안 됩니다.

다섯 배로 올려 주세요."

지난달 30일 카자흐스탄 알마티 시내에 있는 한국석유공사 카자흐스탄 지사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카스피해 잠빌광구 계약에 대해 급히 논의할 게 있으니 본사로 와 달라"는 카자흐스탄 국영 석유기업 KMG(카즈무나이가스) 광구협상단의 전화였다.

이튿날 KMG를 찾아간 석유공사 관계자들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4년여 동안 공들여온 잠빌광구 지분(27%) 가격을 당초 7500만달러에서 3억5000만달러로 높여 달라는 요구였다.

13일 한승수 국무총리의 순방에 맞춰 지분 양수.양도 및 탐사 본계약을 맺기 위해 며칠 전 실무자 간 가서명까지 한 협상의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진 것이다.

급기야 한 총리의 이번 카자흐스탄 방문 공식일정에서 잠빌광구 본계약 체결은 아예 제외됐다.

지구촌 곳곳에서 자원 전쟁이 격렬하다.

자고 나면 치솟는 원유.가스.광물가격에 광구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이고 그나마 구하기도 어려워졌다.

자원은 언제든 확보할 수 있다며 개발을 등한히 한 결과 이른바 '구경제의 복수'에 직면한 셈이다.

중앙아시아,중남미 등 자원 부국들은 자원 국수주의,자원 포퓰리즘을 앞세워 '더 이상 헐값에 사갈 생각 말라'고 공언한다.

과거 오일 메이저들이 누렸던 우월적 지위는 자원 부국의 국영기업들로 속속 넘어가고 있다.

자원 패권주의는 쉽고 저렴하게 캐내던 '이지 오일'(easy oil)을 어렵고 비싸게 캐야 하는 '터프 오일'(tough oil) 로 만들었다.

석유.가스는 물론 철,구리,금,니켈 등에다 반도체 소재인 희토류까지 무기화하는 양상이다.

옥수수조차 바이오에너지 개발,브라질 금수 조치 등으로 인해 GMO(유전자 변형 농산물) 아니면 구하기도 힘들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