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적으로 눈이 충혈되면 피곤하거나 눈병에 걸린 것처럼 오해 받기 십상이다. 이런 사람들은 뜻밖에도 충혈로 인해 자신감을 잃고 대인기피증이나 사회부적응증에 빠진다. 심하면 우울증상까지 보인다.

안구미백 전문 병원인 씨어앤파트너 안과(원장 김봉현)는 작년 10월부터 6개월간 병원을 찾은 만성충혈 환자 17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이들의 93%가 다른 사람과 눈 마주치기를 두려워하고 55%는 안구건조증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7일 밝혔다. 이에 따라 자체 개발한 '국소적 결막 절제술'을 이들 환자에게 시행한 결과 95.5%가 만족했고 86%는 안구건조증이 호전되는 등 치료효과가 우수했다고 소개했다.

충혈은 눈의 흰자위인 공막의 가장자리를 차지하는 결막의 혈관이 병적으로 영구하게 또는 가벼운 자극에 의해서도 쉽게 확장됨으로써 눈이 붉어보이는 것을 말한다. 익상편(결막에서 검은 눈동자인 동공 방향으로 조직이 자라나가는 것)과 검열반(검은 눈동자 주위의 누르스름하게 굳은 살)도 충혈의 중요한 원인이다.

국소적 결막 절제술은 마취제 안약을 눈에 떨어뜨리고 5~10분 지나 메스로 퇴행적으로 변화된 결막조직을 걷어내면 된다. 통증은 거의 없다. 이어 2개월 동안 일곱 번 내원하면서 감염을 방지하는 항생제,염증을 가라앉히는 스테로이드,제거한 결막 위에 흉터 조직이 단단하게 자리잡히지 않도록 억제하는 마이토마이신 등을 사용함으로써 흰자위가 맑고 투명하게 유지되도록 한다.

김 원장은 "1996년부터 12년간 1만5000여명의 만성 충혈 환자를 국소 결막 절제술로 치료한 결과 수술 후 재발률이 3~5%에 달했다"며 "최근에는 수술기법과 후속 약물치료 노하우가 확립돼 재발률이 1% 미만으로 떨어졌다"고 소개했다.

그는 "수술 후 2~3개월 동안 결막에 비정상적 조직만 생기지 않으면 거의 영구적으로 완치된다"며 "익상편 또는 검열반,콘택트렌즈 착용,만성염증 또는 안구건조증,음주나 수면부족 등으로 안구가 만성적으로 충혈된 사람에게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안과학계에서는 치료의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의사가 많다. 모 의대 안과 교수는 "마이토마이신에 의해 각막이나 공막이 지나치게 용해돼 공막이 괴사될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개원의는 "결막 절제 후 태반의 일종인 양막으로 덮어둬야 공막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결막을 메스로 걷어낸 후 약물을 사용하면 새로운 결막이 얇고 균등하게 자라나 공막을 보호하며 양막을 사용해봤더니 오히려 충혈과 재발이 더 심했다"며 "오랜 수술 경험을 가진 의사만이 우수한 치료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라식 라섹 등 레이저 시력교정수술 시장이 하향길에 접어들면서 최근 안구미백치료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안과들이 늘고 있다. 상습적인 충혈을 수술 한번으로 고치려는 환자들의 마음은 이해되지만 아직 의학계에서 정식 논문을 통해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치료인 만큼 심사숙고해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