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메이저 제약회사들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바이오 의약품 시장을 놓고 '진검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이 분야의 선발주자인 동아제약 녹십자 LG생명과학에 이어 업계 2,3위인 한미약품과 유한양행도 바이오 의약품 개발 대열에 본격 합류했기 때문이다. 향후 판매가 급증할 것으로 보이는 이 시장의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업계 판도마저 바뀔 수 있어 제약사 간 경쟁은 갈수록 뜨거워질 전망이다.

2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내 상위 10개 제약사들이 현재 진행 중인 신약개발 프로젝트 90개 가운데 51개가 바이오 의약품인 것으로 집계됐다. 그동안 국내 제약사가 추진하는 신약개발 프로젝트의 주류를 이뤘던 화학합성의약품은 39개에 불과했다.

바이오 의약품이란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활용해 미생물 세포나 배양조직 세포에서 생산한 성분으로 만든 약을 말한다. 발병 원인물질을 찾아 '표적'만을 치료하는 특성 덕분에 소화기를 통해 흡수된 뒤 온 몸에 영향을 주는 화학합성 의약품보다 치료 효과가 높고 부작용이 적은 것이 장점이다. 더구나 기존 화학합성 의약품에 비해 개발기간이 짧고,투자비용도 적은 반면 제품 값은 훨씬 비싸다는 점도 제약사들의 바이오 의약품 개발을 부추기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업계는 현재 4000억원에 불과한 국내 바이오 의약품 시장이 2012년에는 1조4000억원으로 3배 이상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계시장 역시 2006년 708억달러에서 2012년 1176억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제약사 중 바이오 의약품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업체는 동아제약. 지금까지 5개 바이오 의약품을 개발한 이 회사는 2013년까지 9개 제품을 추가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관련 연구개발(R&D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올 들어서만 불임치료제 'DA-3803(hCG)' 등 3개 제품에 대한 임상시험계획을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승인받은 데 이어 연말까지 3개 제품에 대한 임상 승인을 추가로 따낼 계획이다.

동아제약과 함께 바이오 의약품 분야의 '3강'으로 꼽히는 녹십자와 LG생명과학도 각각 7건과 6건의 바이오 의약품 개발에 들어간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동아제약과 LG생명과학 등은 현재 성장호르몬 적혈구생성인자 불임치료제 등 바이오 의약품으로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며 "동아제약의 경우 지난 2년간 러시아 중국 등지에 바이오 의약품 8000만달러어치를 수출한 데 이어 동유럽 및 남미 등으로 수출 대상국을 늘려나갈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약품과 유한양행도 바이오 의약품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기존에 개발된 바이오 의약품의 약효 지속 시간을 늘려주는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 기술'을 이용해 현재 6건의 바이오 의약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 중 2~3개 제품은 연내 임상시험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한양행은 2006년 바이오기업인 바이로메드와 손잡고 희귀질환인 만성육아종 치료용 바이오 의약품 개발에 들어간 데 이어 최근 바이오 업계의 강자로 꼽히는 셀트리온과 제휴를 맺고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개발에 착수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