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머리를 감추거나 화려한 헤어컬러를 연출하기 위해 염색약 사용이 늘고 있으나 가장 많이 사용되는 PPD(파라페닐렌디아민)의 심각성을 모르는 이가 많다.

보다 자극성이 덜한 대체성분이나 천연물이 첨가된 제품의 구입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자극성이 강한 PPD=염색만 하면 피부에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거나 눈이 침침해지는 것은 흑갈색을 내는 PPD의 자극성 때문이다.

PPD는 두피 얼굴 목 등에 닿으면 심한 접촉성 급성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다.

가려움증,붉은 반점도 동반하는데 피부가 약하거나 상처를 입은 사람에게 노출되면 이런 증상은 더 심하게 나타난다.

PPD 등 대부분의 염색약은 강한 알칼리성을 띤다.

모발에 있는 케라틴 멜라닌 수분 등을 부식ㆍ산화시키면서 색깔을 입히기 때문에 탈모까지 유발할 수 있다.

또 알칼리 성분이 눈에 들어가면 안구의 단백질을 녹여 눈이 침침해지는 것은 물론 실명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천식이나 호흡장애도 초래한다.

김광호 한림대 성심병원(평촌) 피부과 교수는 "PPD는 자극성과 독성이 강한 편이어서 독일 프랑스 스웨덴 등이 사용을 금지했다가 EU(유럽연합)로 편입되면서 재허용한 염모제"라며 "PPD는 피부와 결막에 염증에 유발하는 건 물론이고 피부 진피층 아래 피하세포와 혈관까지 도달해 신장과 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더구나 최근에는 PPD 등 상당수 염모제를 정기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방광암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가 나와 주의가 요구된다.

염모제가 혈액을 타고 들어가 신장에서 걸러져 방광에 모이게 되면 방광점막세포가 자극을 받아 종양이 생길 위험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EU 산하 생활용품자문위원회(SCCP)는 △PPD 등 10가지 성분을 피부 자극이 극렬한(extreme) △메타아미노페놀 등 13개 성분은 자극이 강한(strong) △메틸레소르시놀 등 4개 성분은 자극이 보통인(moderate) 등급으로 분류해놨다.

또 PPD는 국제암연구소(IARC)의 분류상 '그룹 3'(발암성이 불충한)에 해당하는 발암물질로 자체적으로 발암성을 띠는 것은 아니지만 과산화수소수나 다른 염색약과 같이 사용되면 암 발생이 유전되는 독성을 초래할 수 있다.

◆헤나에 PPD를 섞지 말아야=시중에서 유통되는 염모제의 3분의 2가량이 PPD를 함유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염색제에 PPD를 사용할 때 농도가 3%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일부 미용실 등에서는 정품이 아닌 값싼 제품을 쓰거나 PPD 배합비율을 높여 3%를 초과하는 경우가 적잖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특히 독성이나 부작용이 적다고 알려진 천연염료 '헤나'에 착색이 잘 되라고 PPD를 섞으면(주로 블랙헤나 제품) 피부자극이 더욱 강해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한국소비자원이 2005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1가지 헤나 문신약 중 5종에서 7.0∼32.8%의 PPD 성분이 검출됐다.

8종의 헤나염모제 중 3종도 일반적인 배합비율(헤나와 물이 1대 2)로 염색할 경우 기준치를 초과하는 PPD를 함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PPD는 분자량이 작아 모발에 잘 침투되고 발색도 뛰어나지만 그만큼 인체에 미치는 독성이 강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PPD보다 자극성이 적은 TDS(톨루엔디아민설페이트)가 대안으로 평가되고 있다.

TDS는 분자구조가 커서 착색이 잘 안되는 단점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계면활성제를 이용해 TDS입자를 모발 안으로 끌어들여 염색효과를 높인 겔 타입의 염모제가 시판되고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