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중견화가들의 힘 … 미술시장 '불씨' 살릴까
삼성비자금 사건 등으로 미술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독특한 개성과 작품성을 지닌 50대 중견작가들의 작품에 매기가 붙고 있다.

지난달 개인전을 가진 황주리를 비롯해 강요배 이석주 김재학 황재형 이수동씨의 전시 작품이 매진됐는가 하면 전준엽씨의 작품도 전시 2주일 만에 70% 이상 팔려 나갔다.

지난해 9월 이후 시장이 조정을 받으면서 대부분의 전시 작품들이 5~10점밖에 팔리지 않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중견 작가들의 작품이 이처럼 판매호조를 보이는 것은 어느 정도 작품성이 검증된 데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덜 올라 장기 투자차원에서 컬렉터들의 관심을 끌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 소격동 학고재화랑에서 지난달 26일 개인전을 마친 '제주작가' 강요배씨는 작가생활 30년 만에 처음으로 '매진'되는 경험을 했다.

학고재는 강씨의 전시작 22점을 소품의 경우 호당(22.7×15.8㎝) 100만원,50호는 점당 4000만원 선에 모두 팔아 7억~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작품성에 비해 값이 싸다는 인식과 함께 경매시장에서의 인기가 작용했다.

지난달 갤러리현대에서 작품전을 연 황주리씨도 100호 이상 대작 20여점이 호당 50만~60만원에 팔려 나갔다.

탄탄한 실력을 갖춘 데다 최근 황씨의 작품 '식물학'이 LG그룹 광고의 이미지로 실리면서 고객들의 문의가 많았다.

한국의 산수를 현대적인 한국화풍의 표현해 '퓨전 한국화가'라는 별명을 얻은 전준엽씨도 청작화랑의 개인전에 출품된 20여점 가운데 70%가 팔려 시장 분위기와 관계없이 호응을 얻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줄줄이 개인전을 가진 황재형씨(가나아트갤러리)를 비롯해 김재학(선화랑) 이수동(노화랑),이석주(삼성동 현대백화점 H갤러리)씨도 작품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이렇다 보니 대형 화랑들이 50대 작가 전시회를 잇따라 기획하고 있다.

'김병종 개인전'(3월12~26일ㆍ갤러리 현대)을 비롯해 '허달재 개인전'(3월4~15일),'서정태 김춘수 임효 릴레이 개인전'(4월~6월ㆍ선화랑),'50대 중견작가 500만원대 작품전'(4월15일ㆍ노하랑),'김근중 개인전'(4월ㆍ동산방화랑),진달래꽃 화가 김정수 개인전(4월2~15일,토포하우스)'권부문 사진전'(5월9~31일,박영덕화랑),강경구ㆍ김호득 개인전(7월ㆍ학고재화랑) 등이 상반기 중 열릴 예정이다.

김창실 선화랑 대표는 "국내외 경제 변수가 시장을 크게 흔들 수 있는 만큼 아직 바닥을 확인했다고 판단하기 힘든 상황"이라면서 "작품성이 어느 정도 검증되고 가격부담이 적은 '옐로칩 작가'를 선택하는 것이 안전해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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