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신설에 따른 법대 폐지의 여파로 2009학년도 대입전형계획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대학들이 로스쿨 개원 이후 폐지해야 하는 법대 정원을 어느 단과대에 배분할지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올해 첫 대입 업무를 맡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2009학년 입학전형을 최대한 이른 시일 내 발표하겠다는 계획이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올해 대입을 치르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대입 준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대교협과 주요 대학들에 따르면 대입전형계획 주요 사항 제출 마감일인 이날까지 대부분의 대학들이 전형계획을 제출하지 못했다.

로스쿨 반납을 신중하게 검토 중인 고려대는 법대 폐지 여부조차 결정짓지 못하고 있다.하경효 고려대 법대학장은 "로스쿨 반납에 대해 교내 구성원들의 걱정이 많아 의견 수렴이 쉽지 않다"며 "현재로선 어느 쪽을 선택할지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고려대가 법대 폐지 결정을 계속 늦출 경우 대교협에 제출하는 '2009학년도 대입전형계획'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법대를 폐지하기로 한 대학들도 정원 배분 문제로 전형계획 자료 제출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로스쿨 예비인가 대학들은 법대를 폐지하면서 법대 정원 일부를 다른 전공에 배정하도록 돼 있다.법대 폐지로 170명을 타 전공에 배분해야 하는 건국대의 문흥안 입학처장은 "사실 이 문제 때문에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있다"며 "이번 주말은 넘겨야 결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대의 경우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서울대 입학처 관계자는 "법대 정원을 타 전공에 배분하는 문제는 3월까지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며 "전형계획에 대해서도 아직 결정된 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이화여대 역시 125명의 정원을 타전공에 배정하기 위한 구체적인 내용을 결정짓지 못했다.최기준 이화여대 입학처장은 "다음 주 후반이나 돼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연세대,중앙대,경희대 등 주요 대학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대학들의 발표가 늦어지는 또 다른 요인에는 대입전형 관련 아이디어 싸움도 한몫 하고 있다.입시 업무가 교육인적자원부에서 대교협으로 넘어온 첫 해인 만큼 우수 인재를 뽑으려는 대학들의 고민도 늘었다.건국대 입학처장은 "건국대만의 색깔을 내려고 하는데 잘 되지 않는다"며 "영어논술 등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경희대는 영어 우수자 선발을 위해 '국제화 전형' 인원 확대를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대교협 학사지원부 관계자는 "기본 전형계획에 법대 폐지 여부와 전공별 인원을 고시해야 하지만 각 대학들이 결정짓지 못해 제출이 늦어지고 있다"며 "3월 초까지는 각 대학들이 전형계획 자료를 제출해야 수험생들의 대입 준비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교협은 지난 4일 이사회를 열고 대입 업무 이관과 관련,주요 사항을 논의하며 바뀐 입시 제도에 대한 수험생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2009학년도 전형 요강을 최대한 앞당겨 발표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