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性에 대한 男女의 오해와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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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국가 민족 문화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한 통계에 따르면 인간은 일생 동안 평균 5명의 상대와 2580번의 섹스를 나눈다고 한다.전희를 포함해서 한 번 섹스를 할 때마다 30분을 소요한다 해도 그 시간을 다 합치면 무려 1290시간이다.이성을 유혹하는 준비 기간까지 포함하면 참으로 많은 시간을 섹스를 하기 위해 소비하고 있다.그러나 아직도 많은 남성들이 이성과의 상호 교감 없이 성기의 크기나 발기 지속시간에 연연하는 섹스에 치중하고 있어 안타깝다.
고대사회에서 남성다움의 잣대는 성기의 크기였다.큰 남성이 지역사회에서 리더를 맡았다.성행위를 남성 위주로 바라보던 전통사회에서는 성욕이나 성적 권리에서 성 차이를 당연시했고 여성은 남성의 욕구를 채우는 데 필요한 존재에 불과했다.프로이트도 남성의 공격성과 여성의 수동성을 타고난 것처럼 설명했다.킨제이는 1948년 '남성 성행동 보고서'를 통해 대다수 남성이 여성의 입장과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시기에 아무 때나 성행위를 했고 성교 개시 후 2분 이내에 사정했다고 밝혔다.당시 남성들은 이를 전혀 걱정하지 않았는데 킨제이는 이를 병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생리적으로 젊고 건강한 증거라고 했다.
그러나 20세기 중반 이후 서구를 시작으로 여성의 인권이 신장되면서 성행위를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성욕을 제 맘대로 발산하지 않고 오랫동안 발기를 유지하며 여성을 성적 흥분 상태로 이끌 능력이 있어야 슈퍼맨으로 인정받는 세상이 온 것이다.이런 맥락에서 성기 크기의 가치는 급락했고 발기 지속시간의 길고 짧음이 남성을 대변하는 기계론적 시각이 부상했다.이로 인해 여성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능력이 부족한 사람으로 평가받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생겨났다."조금만 더 잘 할 수 있었으면" 하는 '수행 불안' 때문에 조루나 심인성(心因性) 발기부전을 경험하는 사람이 늘어났다.고개 숙인 남성들은 여성을 만족시키는 데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정력제와 발기를 지속시킨다는 기구나 약물을 좇았다.
이때 성의학자인 마스터스ㆍ존슨 부부는 발기 지속시간으로 고민하는 남성들을 달래기 위해 성교 빈도의 50% 이상에서 여성이 오르가슴을 경험하지 못할 경우에만 남성이 조루로 취급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그러나 이런 관점도 여성이 성적으로 더 늦게 흥분하고 발기가 어느 정도 지속되면 여성도 자동적으로 흥분한다는 기계론적 시각을 벗어나지 못했다.
흥미롭게도 성교에 걸리는 시간을 물으면 답변이 매우 주관적이다.어떤 이는 성행위를 하려고 마음 먹은 순간부터,어떤 이는 발기한 성기가 삽입된 이후부터 계산한다.또 5분도 무척 긴 편이라고 설명하면서 물으면 5~10분이라는 답이 가장 많이 나오고,20분도 별것 아니라고 설명하면서 질문하면 대부분 20분 이상이라고 답한다.누구나 보통 이상의 평가를 받고 싶어서 그렇게 답하는 것이다.게다가 성적 흥분이 높아진 상태에서는 지각 능력이 평소보다 둔화돼 시간 개념이 부정확해지므로 실제 걸린 시간이 1~2분임에도 불구하고 5~10분,또는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린 것처럼 느낀다.
결국 남성의 발기 지속시간이 길다고 해서 성적 만족이 보장되지는 않는다.여성이 성적 흥분을 경험할 준비가 된 상태에서는 남성이 곧바로 사정해도 여성이 불만족해하지 않는다.반대로 여성이 흥분할 준비가 안 된 상황이라면 아무리 오랫동안 발기를 유지해도 별볼일 없는 남성이 된다.
성행위를 남성 위주의 기계론적 시각으로 보는 사고방식은 여성의 정신이나 심리상태를 무시하고서 오직 육체의 힘으로만 조정하려는 데서 비롯됐다.멋있는 남성이란 단순히 오랫동안 발기 상태를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평소에 파트너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아가도록 노력하는 사람이다.제비족이나 연애도사들은 상대방의 귀를 즐겁게 해주는 원리를 잘 안다."자기 참 멋있다"는 소리를 간만에 들어본 여성은 그들에게 속수무책으로 혹해 버린다.
/윤가현 전남대 심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