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에서 촉발된 미국 은행권의 고통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보도했다.

월지는 그 이유로 네 가지를 꼽았다.우선 신용카드와 소비자대출에서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주택가격이 상승할 때는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모기지 리파이낸싱이 소비자 대출의 부실을 막는 역할을 해왔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

파생상품 투자 부실 증가도 은행권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은행들이 회사채 부도에 대한 보험 성격으로 이용해온 파생상품인 CDS(크레디트 디폴트 스왑)시장은 43조달러에 이를 만큼 급성장했다.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커지면서 올해 CDS로 인한 손실도 2500억달러에 달해 미국의 경기침체를 불러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손충당금 증가도 문제다.리스크메트릭스그룹의 자크 개스트 애널리스트는 미국 은행들의 순익이 향후 3년간 20%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대출 연체 증가로 은행들의 대손충당금이 850억달러로 300억달러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완화로 은행들이 대형화된 것도 리스크를 키운 요인으로 지적됐다.1970년대와 1980년대 은행권 규제완화로 대형 은행들이 탄생했고 이로 인해 더 큰 리스크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는 것.하지만 덩치가 커진 탓에 오히려 자체 리스크 통제능력이 떨어졌다는 지적이다.씨티그룹에서 정보기술(IT)사업부를 이끌었던 길러모 코프 타워그룹 이사는 "씨티는 본질적으로 매우 다변화된 금융회사"라며 "너무 크기 때문에 경영진이 모두 사업부를 통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