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와 중동의 국부펀드들이 최고 수준의 국제 금융전문가를 영입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4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국부펀드들은 고액 연봉,전문 헤드헌터(스카우트 담당자) 고용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인재 유치에 나서고 있다.

국부펀드들이 주로 물색하는 대상은 서구와 아시아 시장을 두루 경험한 투자전문가와 자신들의 위상을 높여주고 투자국과의 정치적 유대에 도움을 줄 만한 저명인사들이다.

최근 출범한 중국투자공사(CIC)는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국제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초빙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CIC는 또 다수의 투자 전문가들을 영입하기 위해 독자적인 구인 웹사이트까지 개설했다.

싱가포르의 국부펀드인 테마섹은 최근 골드만삭스의 COO(최고운영책임자)를 지낸 존 손턴을 자문위원으로 맞아들였다.

핵심은 '돈'이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아부다비투자청(ADIA)의 한 고위급 인사는 "요즘 훌륭한 전문가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비결은 고액의 연봉을 주는 것"이라며 "헤드헌터를 고용해도 결국 얼마를 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국제 금융시장의 신용경색 여파로 굵직한 거래를 성사시킬 기회가 줄어들면서 사모펀드나 투자은행 등에서 일하는 펀드매니저들이 국부펀드로의 자리이동을 생각해 볼 만한 여지는 커졌다.

그러나 여전히 '스타급' 매니저들은 국부펀드를 꺼리고 있다.

국부펀드의 급여 수준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사모펀드에 크게 못 미치는 데다 상대적으로 낮은 투자수익률 목표,정부와의 역학관계 등 각종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헤드헌터들은 "사모펀드에서 국부펀드로 옮기는 사람들은 대부분 사모펀드에서 한계를 느끼고 국부펀드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중간급 투자매니저들"이라고 전했다.

연기금 펀드나 공공펀드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국부펀드들의 잠재적인 영입 대상이 되고 있다.

이들은 펀드의 성격상 수익성만큼 안전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국부펀드들이 헤드헌터까지 고용해 투자전문인력을 적극적으로 뽑는 이유는 외부 위탁운용 방식에서 자체 운용 방식으로 전략을 바꿔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두바이의 국부펀드인 두바이인터내셔널캐피털(DIC)은 현재 20여개국에서 75명의 투자전문가를 확보하고 있는데 올해 50%의 인력을 추가로 충원할 예정이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