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세계 최고의 외교관'으로서 반 총장은 엄청나게 바쁜 1년을 보냈다.

132일을 출장지에서 지냈으며 58개국 120여개 도시를 방문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하루 수면 시간은 4시간30분에 불과했다.

반 총장은 "쉽지만은 않았지만 한국적 경험과 전통을 바탕으로 유엔의 일하는 문화를 바꾸는 등 문제 해결의 기초를 잘 닦았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반 총장은 지난해 12월27일 총장집무실에서 뉴욕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한국의 새 정부가 출범하는 새해엔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취임 첫해를 스스로 평가한다면.

"정말 바쁘게 지냈다.

하루 28건의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날도 있었다.

유엔총회 기간 10일 사이엔 120여명의 각국 정상급 인사와 회담하기도 했다.

아직 성공이란 표현을 쓰지는 않겠지만 유엔의 현안을 잘 해결하기 위한 기틀을 잡았다고 본다(수많은 지도자와 회동한 덕분에 반 총장은 이제 15개국 언어로 인사말을 할 정도가 됐다)."

―지난 1년 동안 중점을 둔 분야는 무엇인가.

"유엔 개혁과 다르푸르사태 등 지역 분쟁 해결,기후 변화 등 전 세계적인 사안에 국제 사회의 총의를 모으는 것 등 세 가지였다.

특히 유엔의 일하는 문화를 바꾸기 위해 한국적인 철학과 경험,전통을 도입하려 했다.

이를 위해 솔선수범 실천했으며 이제 유엔 문화가 바뀌고 있다."

―한국 정부나 한국인의 지원은 어떠했다고 보는지.

"눈물겨울 정도의 지원을 해주었다.

회원국들이 나에 대해 기대하는 이면엔 놀라운 성장을 이룬 한국 출신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걸 깨닫고 한국인으로서 자부심과 책임감도 많이 느꼈다."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한국이 국제 사회를 보는 시각과 국제 사회가 한국을 보는 시각은 많이 다르다.

한국에 대한 기대가 엄청나다.

세계 11대 경제 대국 및 민주 대국으로서 위치에 걸맞은 역할을 좀 더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침 지난달 20일 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통화를 했는데 당선자께서 국가 위상에 걸맞은 지원을 약속해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새해엔 한국과 북한을 방문할 계획인가.

"새해에는 한국을 방문할 생각이다.

일정은 아직 결정된 게 없다.

북한 방문 문제를 지금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남북 관계와 6자 회담 진행 상황 등을 감안해야 하는 만큼 때를 봐가면서 검토할 계획이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유엔에 초청할 의향은.

"유엔 회의 참석 대표단은 해당 정부에서 결정하는 문제다.

김 위원장이 지난 연말 연하장을 보내왔다.

자필 사인은 없고 인쇄된 글씨만 있다(반 총장이 보여준 연하장에는 백두산 일출 사진과 함께 '새해를 축하합니다. 김정일'이라고 쓰여 있었다)."

―새해 중점적으로 추진할 일은.

"올해는 세계 인권선언 채택 60주년이 되는 해인 만큼 인권에 대한 국제 사회의 의지를 결집하는 데 우선 중점을 둘 계획이다.

다르푸르사태 등 국제 분쟁 해결과 기후 변화 대책 마련에도 심혈을 기울이 방침이다.

아울러 올해가 새천년개발목표(MDG) 설정 시한인 2015년의 중간 연도인 만큼 여기에도 신경쓸 생각이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