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기업의 매각 및 인수자문 시장도 여전히 외국계의 싹쓸이 현상이 두드러졌던 것으로 나타났다.증권업계에서는 신정부 출범 후 진행될 정부 및 공기업 지분 매각 과정에서도 외국계 독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0일 블룸버그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인수·합병(M&A)시장에서 씨티그룹 UBS 등 외국계 증권사들이 매각이나 인수자문사로 참여한 금액 비중은 95%(발표 기준) 선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1위를 차지한 씨티그룹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자문을 비롯 두산그룹의 미국 밥캣 인수 등의 자문을 맡으며 점유율 26.8%를 차지했다.

또 UBS는 외환은행과 극동건설 하나로텔레콤의 인수자문을 맡아 시장 점유율 2위에 올랐고 한진그룹의 에쓰오일 자사주 인수와 대한전선의 프리즈미안 인수시 자문을 맡았던 리먼브러더스는 단 두 건으로 점유율 6위에 랭크됐다.이 밖에 극동건설 매각자문 등을 했던 ABN암로 BNP파리바 등이 각각 시장점유율 8,9위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는 한미캐피탈 서울증권 오양수산 등의 M&A에서 자문을 맡았던 우리투자증권이 10위에 이름을 올리는 데 그쳤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정부나 국책은행 등이 지분을 매각하는 사례가 많지 않아 국내 증권사들이 상위에 오르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특히 두산그룹의 미국 밥캣 인수와 대한전선의 프리즈미안 지분 인수 등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시에도 국내 증권사들은 해외네트워크가 취약해 자문사 역할을 적극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도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새정부에서 본격적으로 진행될 정부 지분 매각과 공기업 민영화 등에서도 외국계 독점이 지속될 것으로 우려되기도 한다.이에 따라 대형 투자은행(IB) 육성을 목표로 하는 정부가 향후 공기업 및 정부지분 보유 기업 등을 매각할 때 국내 증권사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