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저장 장치에 혁명이 일어날까.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SSD(솔리드스테이트디스크)가 대체할까.

최근 울트라모바일 PC(UMPC)나 노트북 PC의 저장 장치로 HDD 대신 SSD를 채택한 사례가 늘어 주목받고 있다.

SSD는 플래시 메모리를 여러 개 결합해 대용량으로 만든 반도체 기반의 저장 장치로 소음·발열·전력 소모가 적은 게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32기가바이트(GB) SSD를 탑재한 노트북 '센스Q40'과 UMPC '센스Q1-U'를 선보였고 내년에는 소형·고가 노트북 위주로 SSD 탑재 모델을 늘릴 계획이다.

소니는 SSD를 장착해 무게를 484g까지 줄인 초경량 UMPC '바이오UX'를 내놓았다.

델과 도시바는 'XPS 1330''포테제 R500' 등 프리미엄 노트북에 SSD를 탑재했다.

SSD 확산 신호는 반도체 메이커들의 행보에서도 읽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64GB 용량의 1.8인치와 2.5인치 SSD를 내놓았고 내년에는 128GB 제품을 양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 도시바는 내년 5월부터 32·64·128GB 용량의 1.8인치와 2.5인치 제품을 양산하기로 했다.

미국 마이크론도 32GB와 64GB 제품을 내년에 내놓을 예정이다.

SSD는 알루미늄 원판을 고속(분당 5400~7200회)으로 돌려야 하는 HDD에 비해 소음·발열·전력 소모가 적고 충격에 강하다.

읽기 속도도 초당 100~250메가바이트(MB)로 HDD보다 두 배쯤 빠르다.

노트북 등에 HDD 대신 SSD를 탑재하면 작고 얇고 가벼운 제품을 만들 수 있다.

걸림돌은 가격이다.

델 'XPS 1330' 노트북에 250GB HDD 대신 64GB SSD를 탑재하려면 87만원을 더 지불해야 한다.

GB당 가격을 따져도 3.5인치 HDD가 200~300원,2.5인치 HDD가 700~800원 수준이지만 SSD는 1만원을 넘는다.

단순 비교하면 10~50배나 비싸다.

최대 용량 제품이 내년에야 128GB인 것도 약점이다.

HDD는 이미 1테라바이트(TB) 제품이 30만원대에 팔리고 있다.

세계 최대 HDD 메이커인 미국 시게이트의 테 반셍 부사장은 최근 "휴대용 기기에서 SSD 수요가 조금 늘겠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HDD를 대체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SSD 자체보다는 플래시 메모리와 HDD를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제품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SSD 진영에서는 HDD와의 가격 및 용량 격차가 금세 좁혀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 기업 웹피트리서치는 SSD 세계 시장이 지난해 5억4000만달러에서 2012년 101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가트너는 SSD를 탑재한 노트북이 올해 약 400만대에서 2010년엔 8배 수준인 3200만대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