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총선에서 중도좌파 야당인 노동당이 압승했다.

이에 따라 집권 여당인 존 하워드 총리가 이끄는 중도 우파의 자유-국민당 정권은 11년 만에 정권을 내놓게 됐으며,노동당의 케빈 러드 당수가 총리 직에 오른다.

호주 선거관리위원회는 25일 "전날 열린 총선의 개표를 대부분 마무리한 결과 전체 150석인 하원에서 노동당이 83석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자유-국민당은 56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하워드 현 총리는 패배를 인정했으며 특히 자신의 선거구에서도 노동당 후보에 밀려 1929년 이래 처음으로 현 총리가 총선에서 낙마하는 수모도 겪었다.

이 같은 결과는 하워드 총리의 장기 집권에 따른 국민들의 염증이 커지면서 변화에 대한 욕구가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 50세인 러드 당수는 자신의 젊음을 앞세우며 선거 공약으로 1500명에 이르는 이라크 주둔 호주군 병력을 단계적으로 철수시키고 환경 문제와 관련된 교토 의정서를 비준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호주군 철군이 실제로 이행될 경우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로선 대 테러전에서 곤란한 상황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러드 당수는 총선에서 노동당의 승리가 확정된 뒤 미국과 긴밀한 동맹 관계를 유지하겠다고 밝히긴 했지만 중국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한 경력 등이 있어 이전 정권에 비해서는 중국과 좀 더 친밀한 외교 관계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존 하트 호주국립대 정치분석가는 "러드는 서구 지도자 가운데 유일하게 중국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하워드 시대와는 달리 호주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와의 관계 개선에 더욱 관심을 쏟는 새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호주국립대에서 중국어를 전공한 그는 1984년 베이징에 외교관으로 파견돼 중국 정치와 경제를 담당하면서 중국과 직접적인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직접 자신의 중국 이름을 '루커원(陸克文)'으로 짓기도 했다.

자녀 3명도 모두 중국어를 공부했다.

큰딸은 홍콩에서 이민 온 변호사 알버트 체(謝若谷)와 결혼했으며 장남은 상하이 푸단(復旦)대를 다니고 있다.

러드 당수는 이런 개인적 경력을 바탕으로 미국과의 동맹관계는 유지하되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중국이 일본을 대신해 호주의 최대 무역상대국이 된데다 호주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중국 투자가 긴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말레이시아 화교 출신의 페니 웡(黃英賢ㆍ38)이 호주의 첫 아시아계 여성 의원으로 입각이 유력시된다는 점도 호주의 아시아 접근이 강화될 것으로 점쳐지는 대목이다.

안정락 기자 jran6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