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BizⓝCEO 기획특별판 입니다 >

"은행권의 신규 대출 중단으로 돈줄은 꽁꽁 얼었고 고유가에 환율 하락,전문 인력 부족까지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한국에서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일이 마치 천길 낭떠러지 옆으로 아슬아슬하게 버스를 몰고 가는 것 같은 심정입니다. "(자동차 부품 2차 협력업체 A사장)

"정부나 대기업은 큰 나무만 신경 쓰지 작은 나무는 못 본 척하잖아요. 실제 산불은 작은 나무에서 큰 나무로 번지면서 일어나는데…."(전자부품 2차 협력업체 B사장)

중소기업 경영인,특히 2,3차 협력업체 경영자들은 요즘 냉가슴을 앓고 있다.

원자재 값 상승으로 생산비가 10~20% 올랐지만 '환율 폭탄' 탓에 원청회사와 1차 협력업체의 납품단가 인하 요구 폭은 오히려 예년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업들의 글로벌 소싱 강화 추세에 따라 2,3차 협력업체들로부터 조달하던 단순 부품이 속속 중국산으로 대체되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하루하루를 살아 넘기기 바쁘다.

수도권에서만 하루에도 수십 개사가 부도로 쓰러지는 상황이니 "밤새 별 일 없었느냐"는 인사가 어색하지 않다.

그래도 문을 닫는 것보다 공장을 돌리는 편이 손해가 적다는 게 중소기업인의 한탄이다.

해마다 이맘 때면 이듬해 경제를 전망하는 자료와 책자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런 전망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곳이 바로 중소기업이다.

경제성장률은 몇 %가 될 것이며,원유가격과 환율이 어떻게 될지가 주요 관심사다.

또 경영자 입장에서는 설비를 늘려야 할지,연구개발비로 얼마를 쓸지,종업원을 더 뽑아야 할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기도 한다.

원화 가치가 오르면 수출경쟁력이 떨어지므로 환율에 대해서도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정부는 경제지표 호전에 대해 완전히 자신감을 찾은 모습이지만,경제현장의 목소리는 엇갈린다.

벤처업계를 포함한 상당수 중소제조업체들의 가동률이나 체감경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경기 양극화 해소 움직임도 '반짝' 하다가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모습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외환위기 10년의 평가와 과제'라는 보고서를 보면 대 중소기업 간 수익이 양극화되는 현상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에 삼성전자(46위),LG(73위),현대자동차(76위),SK(98위) 등 한국기업 14개사가 포함되는 등 다수의 글로벌 기업이 등장했지만,제조기업의 연평균 매출성장률은 1987∼1996년 15.1%에서 1997∼2006년 8.0%로 절반쯤 뚝 떨어질 정도로 성장성은 급속히 둔화됐다.

또 매출 1조원 이상인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2006년 6.6%로 10년 전에 비해 1.5%포인트 상승한 반면 매출 1000억원 미만 기업은 수익이 오히려 악화되는 등 경쟁력에 따라 수익이 양극화되는 현상이 뚜렷했다.

양극화도 그렇지만 산업 주체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중소기업 전반의 경쟁력 저하 추세가 근본적으로 개선될 징후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기업의 투자의욕 감퇴와 각 부문의 양극화 심화는 우리 경제의 앞날을 매우 어둡게 하는 부정적 요소들이다.

경기회복의 기운을 좀처럼 피부로 절감하지 못하는 분야가 바로 중소기업,그 중에서도 2, 3차 협력업체다.

사실 이런 고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 좌절할 수 없는 게 국가 기반을 지탱하는 중소기업들이다.

'기업이 곧 국가'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무너지면 국가기반이 붕괴된다.

도무지 방향을 종잡을 수 없는 중소기업 지원정책,요동하는 환율시장,원자재가격 상승,고질적인 인력난 속에서도 스스로 체질을 강화시켜 자생력을 키워나가는 중소기업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다행스럽다.

계획대비 실적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중소기업이 허다한 상황에서 핵심기술과 서비스,최고의 품질과 납기경쟁력으로 무장한 고성장 유망기업들의 기(氣)를 북돋워야 할 때다.

신재섭 기자 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