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슈퍼 리치(super-rich)'로 불리는 세계적인 갑부들의 재산증식 과정을 곰곰이 따져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그 중에서도 투자에 앞서 다가올 트렌드를 읽는데 중점을 두는 점이 가장 눈에 띈다.

세계경기가 어떻게 될 것인지,어떤 산업이 떠오를 것인지,세계 각국의 인구구성은 어떻게 변하는지 등에 대해 철저하게 분석한다.

트렌드를 파악하고 난 후 투자실행 단계에 있어서는 우량대상만 골라 투자하는 파레토 전략처럼 돈을 벌 수 있는 확실한 투자수단을 선택한다.

그리고 일단 결정하면 루비콘 강을 건너면 되돌아 올 수 없듯이 어떤 위험이 닥친다 하더라도 초지일관 밀어붙인다.

슈퍼리치들은 일단 내년에 세계경기가 둔화된다 하더라도 연착륙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때문에 자산시장은 부동산보다 증시가 계속해서 밝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주가가 상승한다 하더라도 높은 위험을 무릅쓰고 뛰어든 질이 낮은 투기자금 유입 등으로 변동성이 커져 개인들이 투자해 이익을 내기는 힘들 것이란 관측이 강하다.

세계 금리는 원자재 가격상승에 따른 인플레 압력으로 다소 높아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만 서브 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경기둔화가 예상되는 만큼 미국의 연방기금 금리는 내년에 추가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금,농산물 등 원자재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높은 편이다.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해 이미 관련 상품에 투자했거나,앞으로 투자할 것이란 슈퍼리치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예술품,골동품시장도 유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전망을 토대로 내년에는 슈퍼 리치들이 갖고 있는 투자전략을 총괄해 보면 여전히 선호도가 높은 주식투자는 주가의 변동성과 이에 따른 피로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여 직접투자보다 간접투자에 더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직접투자를 한다면 과열 우려에도 불구,중국 주식을 계속 매입할 것이라는 슈퍼 리치들이 의외로 많았다.

중국의 인구와 베이징 올림픽 등의 재료를 감안할 때 음식료와 금융업,건설업 가운데 핵심 기업의 주식을 매달 일정 금액씩 사두면 상대적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판단인 것 같다.

부동산에 대한 관심은 높았으나 실제로 투자하는 것에 대해서는 보수적이었다.

이제는 투자원금이 커진 데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손에 들어오는 실효수익률이 다른 재테크 수단에 비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해서다.

실수요는 몰라도 수익 그 자체만을 위해서는 내년에도 부동산 투자를 자제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시장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돼 채권과 채권형 상품에 대해서는 종전과 마찬가지로 관심이 적었다.

예술품,골동품에 대한 투자는 이전보다 관심이 확실히 높아졌으나 수익만을 위해 투자하겠다는 사람들은 의외로 적었다.

다만 예술적인 심미안을 토대로 지금 당장의 삶에 보탬을 주면서 오랫동안 보유하면 돈을 버는 슈퍼 리치들의 성향이 그대로 드러났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