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외 전망기관들이 올해와 내년도 경제전망치를 속속 발표하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종래 전망치보다 상향조정돼 4%대 후반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내수가 회복되고 있는 데다 수출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원화절상 등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수출 호조세에도 불구하고 경상수지는 올해 약간의 흑자를 보인 후 내년에는 1998년 이후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경상수지는 상품 및 서비스 등 우리나라의 대외거래 결과를 요약해 보여준다.

올해 9월까지 상품수지는 228억달러 흑자지만 경상수지는 고작 29억달러 흑자에 불과하다.

서비스 등 다른 거래에서 적자가 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9월까지 서비스수지는 165억달러 적자이고 이 가운데 여행수지 적자가 116억달러에 이른다.

자동차와 반도체를 팔아 어렵게 번 돈이 해외여행 등 해외 서비스 구매에 거의 다 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상품수지를 상쇄할 정도로 급격히 불어나고 있는 서비스수지 적자는 서비스산업이 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거듭나야 하는지를 역설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어느 나라나 공업화가 일정한 단계에 이르면 제조업의 비중은 떨어지고 서비스산업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현상은 통상 '탈공업화' 또는 '경제의 서비스화'라고 불린다.

경제의 서비스화는 생산 고용 소비 무역 등 경제활동의 여러 측면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우리 경제의 서비스화도 상당히 진행됐다.

굳이 딱딱한 거시경제지표를 보지 않더라도 우리의 일상생활은 교통 통신 금융 소매서비스 등 각종 서비스를 구매하고 이를 소비하는 행위의 연속이다.

거시지표상으로도 서비스산업의 경제 비중은 2006년 현재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57%,고용은 전체 취업자의 66%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선진국과 비교하면 우리 경제의 서비스화 정도는 아직 그리 높지 않다.

명목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 면에서 선진국과 10~20%포인트의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고용 비중은 일본 등 일부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에 이르는 등 그 격차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이처럼 서비스산업의 부가가치 비중과 고용 비중 간에 큰 격차를 보이는 것이 우리나라가 선진국과 구별되는 특징이다.

이는 동일한 노동 투입에 비해 부가가치 창출 능력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것을 말한다.

그만큼 우리나라 서비스산업이 국내 제조업은 물론 선진국과 비교할 때 낙후돼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와 같이 생산성이 낮은 우리나라 서비스산업이 제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성장동력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까.

이러한 의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선진국의 경험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통상 서비스는 1대1 대면을 통해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이루어진다는 상품적 특성 때문에 생산성 향상이 쉽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서비스화가 진행될수록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은 필연이라는 주장이 상당한 설득력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이 1990년대 중반 이후 도소매 통신 금융 기업서비스 등 주로 서비스산업을 중심으로 경제성장률과 생산성 증가율에서 발군의 성과를 보이면서 이러한 고정관념이 깨지기 시작했다.

즉 서비스산업 내에도 표준화,경영 혁신,정보통신기술의 적용 등을 통해 생산성 향상이 비교적 용이한 부분이 상당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 중 다수는 최종 소비보다는 기업에 의해 중간재로서 구매된다는 특성을 갖기 때문에 '생산자서비스'라고 통칭되기도 한다.

선진국의 경우 생산자서비스는 제조업의 두 배에 이르는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으며 생산성도 여타 서비스업종은 물론 제조업 평균보다도 높다.

그런데 명목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비해 가장 뒤처진 분야가 바로 생산자서비스 부문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이 부문에서 성장의 여지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더욱이 이 분야는 제조업과 긴밀한 연관관계를 갖고 있어 우리나라 제조업이 더 한층 발전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경쟁력이 제고돼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서비스수지 중 적자폭이 가장 크게 확대되는 부문이 여행서비스와 함께 생산자서비스라는 점은 우려할 만하다.

그렇다면 서비스산업의 성장동력화는 어떻게 이뤄야 할까.

과거 우리나라 제조업이 개방화 국제화 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해왔듯이 서비스산업의 발전도 결국 개방과 경쟁,혁신을 유도함으로써 이룰 수밖에 없다.

특히 개방화로 이미 높아진 국내 소비자들의 욕구 수준을 고려할 때 서비스 공급 기업의 국제화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를 위해 과거 우리나라 제조기업들이 선진기술이 체화된 자본재 수입을 통해 기술 수준과 품질을 제고해왔듯이 무형의 상품을 생산하는 서비스산업에서는 선진 경영기법 도입을 위해 외국인 직접투자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아울러 불필요한 정부 규제를 없애 기업가 정신을 고무하고 지식,아이디어와 같은 무형자산에 대한 심사기법을 발전시키는 등 금융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김현정 <한은 금융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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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비스화의 주된 요인은‥1인당 소득 증가.업종간 생산성 격차 원인 ]

경제학자들은 반세기 이전부터 고용이나 산출 면에서 서비스산업의 비중이 높아지는 현상에 주목해 연구를 지속해 오고 있다.

특히 서비스산업의 고용 비중이 높아지는 현상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 1인당 소득 증가와 업종 간 생산성 격차가 주된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전자가 지목되는 이유는 소득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사람들이 고급재를 선호하게 마련이고 생필품이 포함된 재화에 비해 서비스가 보다 고급재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후자와 관련해서는 제조업의 경우 기술 발전에 따라 생산성이 빠르게 향상돼 점점 더 적은 양의 노동이 필요한 반면 서비스는 1대1 대면을 통해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이뤄진다는 특성 때문에 생산성이 낮을 수밖에 없고,그만큼 제조업에서 배출되는 노동력을 흡수할 만한 여력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두 가지 요인 외에도 다양한 요인들이 서비스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는 수요 측면에서 가사 및 탁아서비스와 소매서비스 이용 증가를 통해,공급 측면에서는 서비스산업에 종사할 수 있는 인력의 증가를 통해 서비스산업의 확대를 가져온다.

이 밖에 제조업이 규모의 경제를 위해 지역적으로 집중되는 것도 운송서비스의 필요성을 높여 서비스화에 기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