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작은 어촌에 불과하던 두바이를 세계적 도시로 탈바꿈시킨 '두바이 기적'의 주인공 셰이크 모하메드 두바이 국왕. 그는 지난 5월 사재 100억달러(약 9조1700억원)를 털어 중동지역 교육사업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중동이 석유와 가스에만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지식기반의 창조경제로 나아가려면 선진국과의 지식 격차를 좁혀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올해 초 미국과 유럽,아시아 각국에 5000여명의 국비 유학생을 파견했다.국비 유학생에게는 학비 외에 체재비(가족 포함)까지 전액 지원한다.사우디 정부는 앞으로도 국비 유학생을 계속 늘릴 계획이다.이를 위해 올해 정부 예산의 25% 이상을 교육 관련 예산으로 잡아놓고 있다.

요즘 중동 국가들의 최대 화두는 단연 '인재'다.유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오일 머니가 넘쳐나는데 '무슨 걱정할 게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아니다.중동 국가들은 1970년대 오일 붐 때 흥청망청 소비하다 오일 붐이 끝난 후 극심한 불황에 빠진 쓰라린 경험이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오일 붐 때는 좀 더 미래 지향적인 사업이나 인재 양성에 돈 쓸 궁리를 하고 있다.한덕규 한국중동협회 회장은 "중동 국가들은 기름이 바닥났을 때 후손들이 어떻게 먹고 살지 고민하고 있다"며 "그 결과 두뇌 개발,인재 양성이 굉장히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중동의 '파워 엘리트'들은 한국경제신문과 교육인적자원부 등이 개최하는 '제2회 글로벌 인재포럼'에 폭발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공식 초청인사를 포함해 정치.경제.교육.언론계 등 각 분야에서 모두 37명의 유력 인사가 참석할 정도다.인재 양성의 최신 트렌드를 파악하고 한국과의 인재 교류를 늘리는 방법으로 인재포럼을 주목하고 있는 것.

가장 눈길을 끄는 인사는 두바이 '날리지 빌리지(Knowledge Village)'의 아유브 카짐 대표.북미와 유럽의 명문대 분교를 대거 유치해 중동의 교육 허브로 거듭난 날리지 빌리지가 우리의 글로벌 인재 개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점에서다.카짐 대표는 인재포럼의 한 세션인 '한.중동.아프리카 국제인재교류 협력'(24일)에 발표자로 나선다.

여기서 한.중동 인적자원 교류 방안과 과제 등을 논의한다.자베르 아스푸르 이집트 고등문화위원장과 알몬지 부스니나 알레스코(ALESCO.아랍연맹 산하 교육과학문화기구) 사무총장도 함께 주제 발표자로 나서 세션을 이끌 예정이다.

중동 최대 정치기구인 아랍연맹의 모하메드 와히드 알달리 사무차장도 인재포럼에 참여하는 거물급 인사 중 한 명.아랍 내에서는 '한국 홍보대사'로 통할 만큼 한국의 경제와 교육 발전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즘 이슬람 금융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집트 '파이잘 이슬람은행'의 압둘 하미드 아부무사 은행장의 한마디 한마디도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인재포럼에 앞서 '이슬람 금융과 한국경제'를 주제로 한 별도 세미나에 주제발표자로 나선다.칼릴 이브라힘 쿠웨이트 국영 석유공사 부사장도 고유가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발언에 눈길이 쏠리는 기업인이다.

중동지역 언론인들도 인재포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중동 최대 경제일간지인 '알아흐람 알이크티사디'의 이삼 리피아트 사장과 이란의 대표적 여성 언론인으로 꼽히는 푸네 네다이 '쇼크란'(문화잡지) 편집장 등이 대표적이다.

압두 디야브 알아질리 이라크 고등교육부 장관도 주목할 만한 인사.전쟁의 상처 속에서 이라크 재건을 위해 동분서주하면서도 바쁜 시간을 쪼개 인재포럼을 찾는다.컴퓨터 엔지니어링 박사 출신으로 이라크에 'e러닝'을 도입한 그는 이번 포럼에서 한국의 교육제도를 적극적으로 배울 계획이다.

아프리카의 이슬람 국가인 수단의 모하메드 유수프 압달라 문화.청소년체육부 장관도 비슷한 이유로 인재포럼을 찾는다.20여년간의 내전에 시달리고 있는 수단의 청소년 교육과 문화 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 그는 인적자원 개발을 위해 한국의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교수(중동.아프리카학과)는 "중동 국가들은 요즘 단순히 정규교육뿐 아니라 직업교육이나 사회교육까지 관심을 확대하고 있다"며 "우리도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