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생 나호익씨의 'U-캠퍼스 라이프'

◆대학생 나씨의 하루

지난 5일 오전 서울대로 향하는 마을버스 안.인류학과 4학년 나호익씨(27)는 자리에 앉자마자 와이브로폰을 꺼내든다.

나씨는 무선인터넷에 접속해 한국경제신문 홈페이지에 들어간다.

정보기술(IT)에 관심이 많은 그는 휴대폰 기사를 검색했다.

강의실에 도착했다.

친한 친구가 감기몸살에 걸려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나씨는 친구를 위해 강의 내용을 중계하기로 했다.

휴대폰으로 교수님 말씀과 필기내용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기 시작했다.

이 동영상은 보기좋게 편집해 나중에 UCC(사용자제작콘텐츠)로 만들어 블로그에 올려놓고 나씨의 복습용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점심식사 후 친구 몇몇이 리포트를 써야 한다며 중앙전산원 컴퓨터실로 향한다.

그러나 나씨는 컴퓨터실까지 가는 게 귀찮다.

그는 도서관 앞 벤치에 앉아 노트북을 꺼냈다.

와이브로 USB모뎀을 꽂고 인터넷 검색을 하며 리포트를 마무리했다.

방과 후 도서관으로 이동했다.

인터넷으로 토익 강좌를 듣던 중 모르는 단어가 나오자 와이브로폰의 터치스크린 기능을 활용해 뜻을 찾아본다.

이젠 외울 차례.암기는 단어장 기능을 이용한다.

귀가 길,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그 회사 입사 지원이 오늘까지래.알고 있어?" 큰일날 뻔했다.

그는 마을버스 안에서 미리 작성해둔 입사지원서 워드 파일을 불러들여 약간 수정해 바로 인터넷 지원을 완료했다.

집에 돌아온 나씨는 노트북으로 지상파 DMB를 시청한다.

나씨의 자취방에는 유선전화와 TV가 없다.

그래도 불편하지 않다.

노트북과 와이브로폰으로 모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의 동선을 바꾸는 무선인터넷

대학생 나씨의 일과는 상상 속의 일이 아니다.

대학가가 변하고 있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정보통신 환경인 유비쿼터스 시스템을 갖춘 대학이 늘어나면서 유비쿼터스 캠퍼스(U-캠퍼스)는 어느덧 현실로 다가왔다.

주요 대학이 U-캠퍼스를 위한 콘텐츠 도입과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KT는 이번 학기부터 서울대에서 초고속 휴대인터넷인 와이브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나씨는 "기존에 쓰던 무선인터넷 서비스인 넷스팟은 인터넷 신호를 잡기 위해 노트북을 들고 캠퍼스를 배회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와이브로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고화질 대용량의 UCC를 쉽게 올리고 받아볼 수 있어 편리하다고 했다.

또 이제는 학사행정 때문에 굳이 교학과 등에 갈 필요가 없다고 했다.

"학교 홈페이지에 접속해 수강신청을 하거나 문의사항이 있으면 학과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려놓으면 되죠.요즘 교학과는 썰렁해요." 덩달아 학생들의 동선도 달라졌다.

가슴 졸이며 학과 사무실 벽에 붙은 성적을 확인하던 일은 옛 추억이 됐다.

◆모든 학사행정을 전산화

서울대 외에도 많은 대학이 캠퍼스 정보화에 매달리고 있다.

연세대는 3차원 바코드 형태의 컬러 코드 기술을 활용해 U-투어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다.

삼육의명대는 PDA를 활용해 인터넷방송을 기반으로 원격강의를 한다.

학사행정이 전산화된 것은 기본이다.

대우정보통신,대신정보통신 등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은 전국 수십여개 대학의 대학 정보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전주대는 이번 학기부터 모든 학생들에게 다기능 학생증을 나눠줬다.

강의실 입구에 설치된 단말기에 학생증을 대면 자동으로 출석이 체크되며 강의실에 있는 전광판에 출석 인원 수가 나타난다.

교수는 전자출석부로 출결 현황을 확인하고 이의가 있는 학생의 정보를 조정한다.

전주대는 국내 최초로 모바일 스마트카드도 만들었다.

이 학교에 U-캠퍼스를 구축한 LG CNS는 "전주대 홈페이지에서 모바일 신분증을 발급받아 휴대폰에 내려받으면 도서관의 모든 서비스와 각종 학사행정 등을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사행정 등 각종 통신망으로 중무장한 캠퍼스에 무선인터넷 환경까지 더해지면서 학생뿐만 아니라 교수,교직원까지 점점 편리해지고 있다.

U-캠퍼스가 앞으로 전국 대학에 정착되면 대학가 풍속도까지 달라질 전망이다.

표현명 KT 휴대인터넷사업본부장은 "대학생들이 보다 편리하게 휴대인터넷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와이브로 망을 지속적으로 확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김정은/사진=강은구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