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시장에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상장 첫날부터 하한가로 추락하며 호된 신고식을 치르는 '새내기주'들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공모주 약세는 지난 8월 공모가격 자율화 등 기업공개(IPO) 선진화 방안이 본격 적용되기 시작한 이후 더욱 심화되고 있다.

자율화 조치가 공모가 부풀리기로 이어진 탓이란 분석이다.

공모주 청약열기도 눈에 띄게 시들해졌다.

전문가들은 상장주관사별로 공모주 수익률 공시를 의무화하는 등의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과거의 대박 환상을 버리고 내재가치에 따른 신중한 종목 선정이 필수적이란 지적이다.



◆급락 중인 공모주 투자수익률

지난 1일 상장된 미래나노텍 네오티스 아이에스시테크놀러지 상보 등은 거래 첫날 일제히 하한가로 급락했다.

이튿날에도 상보만 소폭 반등했을 뿐 나머지 3종목 모두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주가가 상장 1개월 동안 10% 이상 하락할 경우 주관사가 되사주는 풋백옵션제가 지난 8월부터 본격 폐지된 이후 공모주 약세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실제 지난달 상장된 6개 종목 중 3일 현재 STX팬오션과 바이오톡스텍만 공모가를 웃돌 뿐 웨이브일렉트로닉스(-42.4%) 푸른기술(-35.2%) 옴니시스템(-33.8%) 연이정보통신(-31.3%) 등은 공모가 이하로 추락했다.

웨이브일렉트로닉스의 경우 12거래일 중 10일 동안 주가가 떨어졌고 옴니시스템과 연이정보통신은 7일 가운데 주가가 오른 날은 각각 하루와 이틀에 불과하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7월 말까지 코스닥에 상장된 29개 종목의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주가 상승률은 평균 64.07%에 달했으나 8월 이후 상장된 12개 종목은 평균 2.25%에 그쳤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풋백옵션 폐지로 안전판이 사라진 데다 증권사 간 주관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공모가 자체가 높게 형성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8월에 상장된 넥스지의 경우 회사 측 희망공모가 범위의 상한선(9100원)보다 높은 9600원에 공모가가 정해졌고 빅솔론도 상한선보다 1000원 많은 1만원에 공모가가 결정됐다.

두 종목 모두 3일 현재 주가가 공모가 이하로 떨어져있다.


◆공모주 경쟁률도 추락

지난 2일 일반청약을 마친 성우전자와 엘지에스는 각각 4.53 대 1과 17.8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4∼9월 공모 기업 35곳의 평균 청약 경쟁률인 531.22 대 1에 크게 못 미치는 결과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기업 공모청약을 앞두고 줄을 잇던 일반투자자들의 전화 연락이 요즘 무척 뜸해졌다"며 "새내기주가 계속 급락하고 있는 데다 제도 개편에 따른 풋백옵션 폐지 등으로 투자 위험이 높아졌다는 생각에 공모주 투자 열기가 많이 식은 듯하다"고 전했다.

A자산운용사의 주식운용본부장은 "공모가 희망 범위 자체를 없애거나 주관사별로 공모주 수익률 공시를 의무화하는 등의 보완책이 시급하다"며 "투자자들도 기대수익률 수준을 낮추고 꼼꼼히 종목을 비교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해영/이미아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