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정표시장치(LCD) 모듈을 만들어 러시아 등 10여개국에 전량 수출하고 있는 벤처기업 하호테크(대표 신종업)는 더 큰 사옥이 필요해 서울 구로구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 있는 본사를 2004년 경기도 성남시 성남지방산업단지로 옮겼다.

이 회사는 당시 서울디지털산업단지 인근으로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임대료가 이 단지의 3분의 2 수준으로 싸면서도 서울과 가까운 성남을 택했다.

전력설비 시험 업체인 파워토스는 6년여 동안 서초구에서 사업을 하다 올 2월 성남지방산단 내 아파트형 공장(SKN테크노파크)으로 이전한 케이스다.

이 회사 유근수 사장은 "서초동에 있을 때는 100㎡(30평) 사무실의 월 임대료 200만원과 운영비를 합쳐 월 250만원이 들었지만,지금은 2배 이상 큰 231㎡(70평)짜리 사무실에다 공장까지 사용하면서도 월 150만원 정도밖에 안든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성남이 새로운 '벤처밸리'로 떠오르고 있다.

강남구 테헤란밸리는 임대료가 비싸고 구로서울디지털산업단지는 임대료가 이보다는 싸지만 포화 상태로 부지를 구하기 어려워 중소·벤처 기업들이 성남으로 속속 몰려오고 있다.

무엇보다 서울과 가까우면서도 임대료가 훨씬 싸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여기에 경기도와 성남시가 취득·등록세 면제 등 각종 혜택을 제시하며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어 성남은 기존 테헤란밸리와 서울디지털산업단지를 대체하는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4일 성남시에 따르면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에 위치한 성남지방산단 입주 업체는 올 8월 말 현재 모두 1987개에 달한다.
이는 2004년(970개)의 두 배를 넘는 것으로 올 들어서만 381개(23.7%)가 늘었다.

특히 최근에는 IT·BT 등 첨단산업 관련 벤처기업들의 이전이 급증하고 있다.

성남지방산단 관리공단 관계자는 "최근에는 임대료가 비싼 강남을 떠나 옮겨오는 중소·벤처기업들이 부쩍 많아졌다"고 말했다.

관리공단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현재 1859개 입주 기업 가운데 전기·전자업체가 504개(27.1%)로 가장 많다.

바이오 벤처기업들의 입주도 급증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항암 세포치료제를 상용화한 크레아젠,국내 생물소재 분야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오리엔트바이오,항생제 대체제 개발 기업인 인트론바이오테크놀로지 등이 대표적이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이 산단의 벤처기업은 213개(8월 말 현재)로 대전 대덕연구단지,서울 성수공단 등을 포함한 전국 25개 벤처기업 육성촉진지구 가운데 가장 많다.

이에 따라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첨단 아파트형 공장들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현재 가동 중인 아파트형 공장이 20개에 이르며 3개는 건립 중이다.

그나마 이들 공장도 빈 공간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공단에 따르면 20개 아파트형 공장 가운데 빈 자리가 있는 곳은 2개(스타우드,롯데선택시티)뿐이어서 평균 공실률이 1%도 안 된다.

임도원/김후진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