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금융 불안이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가는 분위기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이번 사태로 지금까지 투자손실액(장부상 평가손 제외)이 전 세계적으로 약 5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런 만큼 실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에게는 이번 사태가 '쓰나미'였을 것이다.

특히 정보 취득이나 투자심리를 다스리는 면에서 상대적으로 어려운 개인들은 큰 손실을 입었다.

하지만 모두가 손실을 입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큰 돈을 번 투자자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가장 큰 이익을 본 투자자들은 은행주를 비롯한 금융주를 대거 매입한 사람이다.

이번 사태로 신용경색 우려가 불거지면서 크게 하락했던 금융주가 각국 중앙은행의 긴급 유동성 지원과 미국의 재할인율 인하를 계기로 신용경색이 풀릴 기미를 보이면서 이제는 큰 혜택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워런 버핏이 운용하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이번 사태가 진행되는 중에 사들인 금융주가 매입시점 대비 6% 정도 올랐다.

불과 한 달이라는 투자기간을 감안하면 대단히 높은 수익률이다.

또 국내에서도 금융주를 대거 사들인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4% 이상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별로는 중국 주식에 투자한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큰 돈을 벌고 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달 25일 이후 상승하기 시작해 10% 이상 올랐다.

이 때문에 중국 주식에 투자한 해외펀드 수익률도 높아지고 있다.

같은 기간 중 평균 5% 이상 떨어진 다른 펀드들의 수익률과는 대조적이다.

21세기 들어 각국의 경제성장과 자산가격 결정에 가장 큰 요인인 인구라는 인구통계이론을 믿고 투자한 결과로 판단된다.

원자재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짐 로저스는 최근 중국에서 열렸던 국제회의에서 "지금 주식을 사고 싶다면 중국의 환경과 교육주를 매수하라"고 말하면서 "중국 주가는 내년까지 2∼3배 정도 뛸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랜만에 회사채,그 중에서 신용도가 'BB+' 이하인 기업들이 발행한 투기등급 회사채에 투자한 사람들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채권투자의 고수(guru)인 빌 그로스는 지난달 말 이후 회사채 펀드에 200만달러 이상 투자했다.

국내에서도 요즘 각광받고 있는 회사채 상품인 고수익·고위험의 하이일드 펀드는 지난 한 달간 수익률이 평균 3%에 달한다.

이처럼 투기등급 이하의 회사채가 각광받고 있는 것은 이번 사태로 신용도가 낮은 기업일수록 자금조달이 어려워져 금리가 높아짐에 따라 그만큼 채권을 싼 가격에 사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외환시장에서도 달러화를 사들인 사람들이 비교적 큰 폭의 환차익을 얻고 있다.

1987년 블랙먼데이를 정확히 예측해 '닥터 둠(Dr.doom)'으로 알려진 마크 파버는 이번 사태가 발생하자마자 달러화를 대거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안전통화로 달러화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경험에서 비롯된 투자전략이다.

1년 전 한참 인기를 끌었던 '타짜'라는 영화를 보면 최후의 승리는 어떤 상황에 처하든 평정심을 잃지 않고 상대방의 패를 잘 읽는 사람에게 돌아갔다.

이번 사태로 큰 돈을 벌었거나 벌고 있는 사람들도 유동성 문제라는 모기지 사태의 본질을 꿰뚫고 이에 근거한 투자전략을 강구했다는 데서 공통점이 발견된다.

이번 사태로 그 어느 국민보다 큰 손실을 입은 우리 투자자들에게는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지 않나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