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 미국 심장학회지에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실렸다.

하버드대 의대의 허버트 벤슨 박사가 심장수술 환자 1802명을 세 그룹으로 나눠 기도의 효과를 실험한 결과 교회 신자들의 기도를 받은 환자들과 그렇지 않은 환자들 사이에 아무런 차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던 것.더구나 자신이 기도를 받았음을 안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심한 합병증에 시달렸다.

결국 템플턴재단 연구비 240만달러를 들인 이 대규모 실험은 '기도의 힘'을 입증하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신은 정말 있는가,없는가.

세계적인 과학자이자 '이기적 유전자' '눈 먼 시계공' 등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영국 옥스퍼드대 석좌교수 리처드 도킨스는 이런 물음에 대해 '없다'고 단언한다.

그가 쓴 '만들어진 신'(이한음 옮김,김영사)은 신의 존재에 대한 신학자들의 각종 논증들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무신론의 타당성을 주장하는 책.'종교 없는 세상을 상상해보라'는 머리말부터 직설적이다.

"상상해보라.종교없는 세상을.자살 폭파범도 없고,9·11도,런던 폭탄테러도,십자군도,마녀사냥도,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도,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와 보스니아에서 벌어진 대량 학살도,순진한 사람들의 돈을 우려먹는 복음 전도사도 없다고 상상해보라.고대 석상을 폭파하는 탈레반도,신성 모독자에 대한 공개처형도,속살을 살짝 보였다는 죄로 여성에게 채찍질을 가하는 행위도 없다고 상상해보라…."

저자는 우주 안의 모든 것은 초인적·초자연적인 지성에 의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창조론'에 대해 "무언가를 설계할 정도로 충분한 복잡성을 지닌 창조적 지성은 오직 확장되는 점진적 진화 과정의 최종 산물로만 출현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우주의 설계자란 있을 수 없다는 얘기다.

또 기독교,유교,이슬람교 등에서 주장하는 전지전능한 신은 과학적으로 검증된 바 없다고 그는 반박한다.

허버트 벤슨 박사의 기도 실험은 이를 방증한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종교를 믿는 것은 교육체계에 따라 종교를 그대로 받아들였고 믿지 않는 것이 대안임을 모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그는 종교의 긍정적 기능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신이 사라진 이후의 세계가 더 희망적이라고 역설한다.

인간의 뇌는 도덕적으로 행동하도록 프로그램됐다는 과학적 연구 결과들을 근거로 제시한다.

세계 최고의 지성으로 꼽히는 과학자인 만큼 도킨스는 진화론을 토대로 자신의 주장을 철두철미하게 논리적으로 전개한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인용하고 신랄한 비판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나 과학과 지성으로 입증하지 못한 수많은 일들이 종교의 영역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본다면 그의 주장에 선뜻 동의하기도 어렵다.

과연 신은 있는가,없는가.

604쪽,2만5000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